▲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한 멤버가 유튜브 영상에서 내뱉은 “무섭노" 한마디가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경남 거제 출신인 멤버 원이가 방송에서 사투리 표현을 사용하자 일부에서는 이를 일베(일간베스트) 용어라고 문제 삼았다. 논란은 곧바로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차원에서 일베가 문장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부산·영남에서도 그렇게 쓴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경상도 사투리를 향한 공격"이라고 맞받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사투리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검열 사회"라고 가세했다.
정작 필요한 것은 해당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지역어와 혐오 표현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차분한 논의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사실관계보다 지지층이 반응할 만한 프레임을 앞세웠다.
비슷한 모습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에서도 반복됐다. 배재고 야구부는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물론 역사적 상처를 조롱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회적 논란이 곧바로 진영 대결로 번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관계 확인과 교육적 접근, 당사자의 의도와 책임을 따지는 과정이 먼저여야 한다.
무엇보다 두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이 대부분 10·20세대라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표현 하나만으로 정치적 낙인을 찍거나, 곧바로 '일베', '극우'라는 딱지를 붙이는 방식은 건강한 비판이라기보다 진영 논리의 연장선에 가깝다.
배재고 논란 이후 학교 정문에는 수십 개의 근조화환이 세워졌다. 야구부를 향한 항의였겠지만, 그 화환을 매일 마주한 것은 운동과 무관한 평범한 학생들이기도 했다. 정치적 논란과 아무 관련 없는 학생들까지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셈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장면이 반복될수록 젊은 세대가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표현 하나가 곧바로 정치적 프레임으로 소비되고, 모든 논란이 진영 대결의 재료가 되는 모습을 보며 누가 정치에 신뢰를 갖겠는가.
정치는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논란을 수습하기보다 새로운 전선을 만드는 데 더 익숙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상처받는 것은 아직 정치보다 일상에 더 가까운 아이들과 청년들이다. 잠시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다음 세대의 신뢰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