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 착공 목표는 2030년…2029년 4분기 조기 착공안 거론
공급대책에는 LH ‘예정’…LH “공식 사업시행자로 선정되지 않아”
이전 부지·재원·교통·하수 세부안 미공개…과천시·말산업계 반발
맞은편 꿀벌마을은 별도 개발사업서 보상·이주 갈등
▲14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본관 앞에 설치된 기마상 뒤로 '과천경마공원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부는 과천경마장과 인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활용해 9800호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가 과천 서울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활용한 9800호 수준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식 사업시행자 지정과 경마장 대체 부지, 이전 재원, 기반시설 확충 방안 등 핵심 사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는 공급 물량과 일정부터 앞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서 LH를 과천경마장 부지 개발의 예정 사업시행자로 제시했다. 다만 LH는 아직 공식 사업시행자로 선정되거나 지정된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본지에 “과천경마장 부지 개발의 공식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며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정부가 9800호 수준의 공급 규모와 개발 방향을 발표했지만 토지이용계획과 사업성 검토, 주민 협의를 최종적으로 주도할 기관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셈이다.
본지는 국토교통부에 사업시행자 선정 절차와 9800호 산출 근거, 주민 의견수렴 계획, 교통·하수처리 등 기반시설 대책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기사 마감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공개한 계획상 개발 대상은 과천경마공원 약 115만㎡와 인근 방첩사 부지 약 28만㎡를 합친 총 143만㎡다. 정부는 이곳에 주택 9800호 수준과 자족시설을 조성하고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서울 양재 인공지능(AI) 특구를 잇는 첨단산업 거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새 개발지에는 과천지식정보타운보다 높은 수준의 자족용지를 확보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다만 주거·자족용지 면적과 용적률, 주택 유형별 공급 물량 등 세부 토지이용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14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내부에 경마장 이전과 고용대책 없는 강제 이전을 반대하는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및 마필관리사 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 공식 목표는 2030년…조기 착공안은 '검토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주택 착공 목표는 2030년이다. 이후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착공 시점을 2029년 4분기로 앞당기고 경마장 이전 일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기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경마공원 전체를 한 번에 옮기는 '일괄 이전'을 원칙으로 두고 2026년 이전계획 수립과 한국마사회 이사회 의결, 2027년 대체 부지 확정과 인허가·설계, 2028년 신규 경마장 착공, 2029년 이전과 주택 착공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이전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한 단계적 개발 방안도 거론된다. 마사 일부가 화성 화옹지구 말조련단지로 먼저 이전하면 방첩사와 인접한 일부 부지부터 우선 개발하는 방식이다.
다만 2029년 4분기 조기 착공 일정과 단계별 개발 방안은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 공식 자료를 통해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의 속도전과 달리 실제 사업 절차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LH의 공식 사업시행자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경마장 이전 부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경마장 이전 부지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 등 관계기관이 협의할 사안으로 LH의 직접 소관은 아니다.
9800호라는 공급 규모도 도로와 공원, 학교, 자족시설 등의 배치가 확정되기 전 제시된 계획 물량이다. 실제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거용지 면적과 개발밀도에 따라 물량이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과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기존 개발사업으로 인한 기반시설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과천에서는 과천과천지구와 과천주암지구, 과천갈현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경마장·방첩사 부지 9800호가 추가되면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 전력시설 등이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기존 과천과천·과천주암지구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기반시설을 별도로 조성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교통망 확충 노선과 하수처리시설 용량, 학교 신설 규모, 사업비 분담 주체와 추진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4일 찾은 과천경마공원 일대에는 경마장 이전과 공공주택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과 맞닿은 경마장 정문 주변에는 기존 공공주택사업 구역과 노후 주거지, 비닐하우스 등이 혼재해 있었다.
주민들은 추가 주택 공급으로 늘어날 교통량과 하수처리 수요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는 상태에서 9800호라는 공급 규모가 먼저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과천시도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도로와 교통, 상하수도, 교육시설 등 도시 기반시설의 수용 여건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충분한 사전 협의 없는 추가 공급계획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내부에 한국마사회 전임직 노동조합 명의의 '말산업 사망선고, 과천 경마공원 이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이전비 1조원대 이상 거론…대체 부지는 오리무중
서울경마공원 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건물 공사비와 경주로·마사 등 특수시설 설치비를 포함해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1조2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수준의 경마장과 관련 기반시설을 조성할 경우 이전 비용이 2조원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마사회는 과천 부지 매각대금을 이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관련 법과 재원 운용 방식을 손질하고 레저세 감면, 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을 병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레저세 감면이 현실화하면 경기도와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이 감소할 수 있어 지방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대체 경마장 부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화성 화옹지구를 비롯해 경기 남부와 북부의 여러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정부는 경기도 내에서 이전한다는 기본 방향 외에 확정된 후보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보도에 따르면 마사회는 현재 과천 부지보다 넓은 토지와 대중교통 접근성, 철도역 설치, 경영 안정 대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옹지구는 넓은 평지와 기존 말조련단지 계획을 갖췄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반면 간척지 특성상 연약지반 보강에 추가 비용이 들 수 있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과천보다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경기 북부 미군 반환공여지 등은 서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주거지와의 거리, 산악지형, 환경 훼손 가능성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마사회 노동조합과 마필관리사, 조교사 등 말산업 종사자들도 고용 불안과 산업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은 단순한 공공기관 부지가 아니라 경주마 훈련과 관리, 말 생산농가, 운송업체, 마주·기수·조교사 등 다양한 종사자가 연결된 산업시설이다.
과천 시민단체와 마사회 노조는 대체 부지와 이전 재원, 고용 및 산업 유지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착공 일정부터 앞당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정문 맞은편 꿀벌마을 일대에 과천주민대책위원회와 원주민상가조합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사업에 따라 보상과 이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진=장혜원 기자
경마장 맞은편 꿀벌마을은 별도 사업서 이주 갈등
경마장 맞은편 꿀벌마을은 별도 사업서 이주 갈등
경마장 정문 맞은편 '꿀벌마을'에서는 신규 9800호 공급계획과 별개로 기존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사업에 따른 보상과 이주,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현재 공개한 경마장·방첩사 개발 대상은 두 시설 부지 143만㎡다. 공개된 계획상 꿀벌마을은 신규 9800호 공급 대상지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주민들은 기존 과천과천지구 기반시설 계획에 경마장 부지의 추가 주택 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하수처리시설과 도로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꿀벌마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을 자체가 현재 발표된 경마장·방첩사 개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설계에는 추가 주택 수요가 반영돼 있지 않아 하수처리시설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경기도와 LH, 경기주택도시공사(GH), 과천도시공사가 공동 시행한다. 꿀벌마을을 포함한 구간의 보상과 이주는 GH가 맡고, 보상과 이주가 완료된 건축물의 철거는 LH가 담당한다.
LH에 따르면 지장물 해체공사는 2025년 8월11일 계약이 체결됐으며 현재 보상과 이주가 완료된 공가를 대상으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거주자가 남아 있거나 보상과 이주가 끝나지 않은 건축물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LH는 원주민의 안정적인 이주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과천시 관내와 인근 지역에 임시사용 임대주택을 세 차례 공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임대주택의 정확한 전용면적과 위치, 보증금과 임대료, 거주 가능 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마을 관계자는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과 협의를 진행하기보다 고령자 등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이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시된 임대주택도 규모가 작아 원주민의 생활 여건과 재정착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는 토지·지장물 보상 진행률과 미보상 가구 수, 주민설명회 실시 여부, 개별 면담 방식에 관한 사항은 보상과 이주를 담당하는 GH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소유자와 세입자, 무허가 건축물 및 비닐하우스 거주자 등에 대한 법정 이주대책은 아직 수립 전이다. LH는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자격요건을 충족한 대상자에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과천경마장·방첩사 부지에 9800호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예정 사업시행자인 LH의 공식 지정 절차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경마장 바로 맞은편 기존 공공주택사업에서는 보상·이주와 철거의 담당 기관이 나뉘어 있어 주민이 업무에 따라 서로 다른 공공기관을 상대해야 하는 구조다.
청년과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는 필요하다. 다만 사업시행자와 이전 부지, 재원, 교통·하수·교육시설 대책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일정부터 앞당길 경우 공급 속도가 제도적 준비와 지역사회 협의를 추월할 수 있다.
주택은 숫자로 발표할 수 있지만 도시는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말산업 종사자의 생계와 과천 시민의 생활환경, 기존 원주민의 재정착까지 함께 설계하지 않는다면 9800호 공급계획은 주택 공급 속도전이 아니라 지역 갈등을 앞당기는 계획에 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