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이마트 구제용’…배당금 등 현금창출 동원
2021년, 2024년 익명으로 트럭·화환 시위 하기도
“현재 직고용 매장 노동자는 2만 3000여 명 수준”
노조, 근로조건 개선 천명…향후 진통 불가피 전망
▲사진=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스타벅스지회 홈페이지
스타벅스코리아가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27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맞았다. 모바일 플랫폼 혁신의 이면에 숨겨진 근로 통제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쪼개기 고용, 모기업의 자금난을 메우기 위한 일방적 실적 압박 등 구조적 모순이 한계에 달하면서 파편화됐던 현장 노동자들이 기성 노조라는 합법적 연대의 틀로 결집해 전면적인 근로 조건 개선을 예고하고 나섰다.
19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한국 법인(SCK컴퍼니) 소속 매장 노동자들은 지난 16일 화섬식품노조에 전격 가입해 '스타벅스지회'를 공식 설립했다.
이번 사상 첫 노조 출범의 기저에는 '전원 직고용'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 가려진 가혹한 노동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는 외주 없는 직접 고용을 내세우지만 대다수 바리스타는 철저한 인건비 통제를 위해 하루 5~7시간만 일하는 '시간 선택제 무기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사측이 휴게 시간 부여 의무를 피하고 주문이 몰리는 피크타임에만 인력을 핀셋 투입하는 꼼수를 쓰면서 노동자들은 불규칙한 스케줄에 묶여 부업(투잡)조차 병행할 수 없는 저임금 구조에 갇혀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사이렌 오더'의 일상화는 현장에 이른바 '디지털 테일러주의'를 불러왔다. 과거 대기 줄이라는 물리적 완충 지대가 사라지고 수십, 수백 건의 모바일 주문이 전산망으로 쏟아지자 바리스타들은 알고리즘의 촘촘한 지시에 따라 1분 1초의 오차도 없이 기계처럼 음료를 찍어내는 극한의 감정노동자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주주인 이마트의 재무 위기도 노동 환경을 악화시킨 결정적 요인이다. 본업 부진으로 사상 첫 적자에 빠진 모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그룹 전체의 현금 창출구로 강제 동원됐다. 회사가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은 현장 인력 충원 대신 대주주 배당금으로 빠져나갔고 실적 압박에 눈이 먼 경영진은 무리한 프로모션을 쉴 새 없이 남발했다. 급기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장갑차를 연상시키는 굿즈를 출시한 '탱크 데이' 사태까지 빚으며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 익명 커뮤니티에 기대어 기성 노조를 배척하고 '트럭 시위'를 벌이던 2030 세대 청년 노동자들은 결국 저항 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사측의 실권 없는 소통 기구만으로는 거대 자본을 제어할 수 없음을 절감하고 합법적 쟁의권과 단체 교섭권을 갖춘 제도권 노조의 우산 아래로 합류하는 전략적 진화를 택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분노를 안고 닻을 올린 스타벅스지회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사측의 기만적 노무 관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회는 “회사는 매번 '공감회'라는 허울뿐인 방식으로 소통 창구를 제한했고, 직접적인 해결보다 어르고 달래기로 당장의 이슈만 무마하려 했다"며 “직원들의 절박한 요구는 철저히 묵살한 채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가혹하고 무리한 이벤트와 운영 방침을 일방적으로 내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회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장의 쟁점으로 점점 줄어드는 시간대별 투입 인원 확충, 무리한 프로모션 및 이벤트 축소, 한계치에 이른 노동 강도 완화, 생계유지가 빠듯한 저임금 체계 개편, 불규칙적 근무 일정 철폐, 산업재해 신청 장벽 완화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현재 2만 3000여 명에 달하는 스타벅스의 직고용 매장 노동자들은 앞서 노조가 없던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폭증한 업무 강도 완화와 인력난 해소를 호소하며 익명으로 트럭·화환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거리로 표출됐던 파편화된 분노가 사측의 땜질식 처방 속에 곪아 터지면서 결국 전 직원을 대변하는 공식 노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 1위 기업의 사상 첫 노조 출범이라는 거대한 파장 앞에서도 스타벅스코리아 사측은 “관련 법령에 따라 노조와 소통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공식 입장만을 표명했다. 그러나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가 대대적인 근로 조건 개선을 천명하고 나선 만큼 향후 험난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