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환율 잡으려다 코스피를 흔들었다

최태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9 09:05

지난 두 달간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만 5번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나흘에 한 번꼴로 발동했다. 전례 없는 변동성이다. 원인 중 하나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꼽힌다.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 상품은 매일 목표 배율(2배)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을 한다. 기초자산이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판다. 추세를 따라가며 추세를 증폭시킨다. 특히 리밸런싱은 장 마감 직전에 몰린다. 그 시간대 매수·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기초자산 가격까지 흔든다.


문제는 대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말 34%였던 비중은 지난 7월15일 52%까지 뛰었다. 국민주식이 리밸런싱 물량에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꼬리(ETF)가 몸통(지수)을 흔드는 '왝더독'이다.



당국이 위험을 몰랐던 건 아니다. 상품 출시 전인 5월 15일과 22일 두 차례 보도자료를 냈다. 지렛대 효과, 음의 복리효과, 괴리율 함정을 조목조목 짚었다. 해외에서 비슷한 상품에 투자했다가 하루 만에 투자금 전액을 날린 사례까지 소개했다. 다만 초점은 개인투자자였다.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력은 자료 어디에도 없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 문구는 찾기 어렵다.


왜 놓쳤을까. 시장에서는 속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1월 16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검토하라고 했다. 2주 뒤인 1월 3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넉 달 뒤 상품이 상장됐다. 전례 없는 상품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홍콩에 같은 상품을 투자하러 떠난 개미를 국내로 되돌리고, 높은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가 앞섰다. 시장 전체를 보는 시야는 뒤로 밀렸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대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가총액은 두 달 만에 4조4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은 연율 113%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대장주가 하루에 10%씩 오르내렸다. 급기야 상장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당국은 7월 16일에야 예탁금을 세 배로 올리고 매매단위를 스무 배로 늘리는 보완책을 내놨다.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


정책 목표가 앞서면 리스크 관리는 뒤로 밀린다.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려면 단일종목 커버드콜, 완전 액티브 ETF, 비트코인 ETF 등 새 상품은 계속 출시될 것이다. 다음 신상품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책 목표를 발표하기 전에 리스크 관리 부서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최태현 자본시장부 기자

▲최태현 자본시장부 기자


최태현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자본시장부 cth@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