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 최대 EPC ‘키윗’과 ‘방산·해상 AI’ 장악 나선다

박규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9 14:24

텍사스 야드서 선박 블록·모듈 현지 생산 합의
‘존스법 1.5% 룰’ 우회 ‘자산 경량화’ 전략 눈길
한화式 ‘직접 인수’와 대조…美 최강자와 연합
미 해군 MRO 외 신조 공략…‘FDC’ 시장 개척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과 채드 존슨 키윗 최고 경영자가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악수하는 모습. 사진=HD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과 채드 존슨 키윗 최고 경영자가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악수하는 모습. 사진=HD현대

글로벌 1위 조선기업 HD현대가 미국의 굳건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뚫고 현지 해양 산업의 심장부로 진입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최대 종합 설계·조달·시공 기업(EPC, 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과의 선박 건조 파트너십 체결이지만, 그 이면에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동시에 미 해군 함정 시장을 공략하고 인공 지능(AI) 시대의 핵심인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고도의 다목적 청사진이 깔려 있다.


◇“설계는 한국, 조립은 미국"…'존스법' 뚫는 현지화 전략



19일 HD현대는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에 위치한 키윗오프쇼어 본사에서 '키윗(Kiewit)'과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북미와 남미에서 대형 해양 구조물 제작과 시운전에 독보적인 실적을 보유한 키윗은 1만3000톤급 초대형 육상 크레인(HLD) 등 압도적인 해양 인프라를 갖춘 종합 EPC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선박을 공동 건조하고, 선박용 블록·모듈을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이 협력의 핵심은 미국의 연안 무역법인 '존스법(Jones Act)'를 정면 돌파하는 데 있다. 존스액트는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이 100% 미국 내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외국산 주요 구성품이 전체 강재 중량의 1.5%를 넘어설 수 없도록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는 완성된 배나 대형 블록을 직접 수출하지 않고 자사의 고부가가치 설계 노하우와 기자재 공급망 관리(소프트파워)를 제공하고 키윗의 현지 인프라(하드웨어)를 활용해 실물 블록을 미국 영토 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까다로운 'Made in USA' 규제를 원천적으로 우회하는 가장 확실한 현지화 전략이다.


◇'직접 인수' vs '생태계 구축'…자산 경량화 동맹


이는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 방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한화오션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전격 인수하는 '자산 집중형(Asset-Heavy)' 전략을 택했다면, HD현대는 대규모 직접 투자나 현지 노후 설비 유지·노조 갈등 리스크를 피하면서 각 분야 1위 기업들을 우군으로 삼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HD현대는 지난해 4월과 6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해양 작업 지원선 전문 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잇달아 선박 건조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상선(ECO)-방산(HII)-해양 구조물 시공(키윗)을 아우르는 '미국 내 간접 생산 삼각 동맹'이 완성된 셈이다.



◇MRO 신뢰 발판 삼아 미 해군 '차세대 함정' 신조(新造) 정조준


이 거대한 생산 네트워크의 1차 타깃은 극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미 해군 방산 시장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투자 축소로 미국 조선소들의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미 해군은 함정 가동률 저하라는 심각한 안보 공백에 직면해 있다.


이 틈을 타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월리 쉬라', '세사르 차베즈', '앨런 셰퍼드' 등 미 해군 화물보급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잇달아 완수하며 공기 준수 능력을 미 해군 지휘부에 증명해 냈다. HD현대는 MRO 시장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인 HII·키윗의 턴키 시공 능력을 결합해 향후 미 해군이 준비 중인 차세대 군수 지원함 공동 건조 등 십수조 원 규모의 신조 시장 주도권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바다 위 AI 심다…FDC로 개척하는 차세대 인프라 블루오션


조선·방산 못지않게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양사가 협력 범위를 발전 인프라인 FDC 분야로 확대하기로 한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열풍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 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육상 데이터센터는 부지 부족과 전력망 과부하, 서버 냉각을 위한 천문학적인 수자원 고갈 문제로 한계에 부딪혔다. 대안으로 떠오른 FDC는 바다 위에 거대한 구조물을 띄워 차가운 해수로 '자연 냉각'을 진행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해상 풍력 등을 통해 자체 무탄소 전력(Off-grid)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혁신 인프라다.


HD현대는 압도적인 부유체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이미 글로벌 전력 인프라 1위 기업인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FDC 냉각 및 전력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엄격한 연안 규제를 뚫고 복잡한 해상 계류·시공을 해낼 수 있는 키윗이 가세하면서 '설계(HD현대)-전력 인프라(슈나이더) - 현지 해상 시공(키윗)'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만들어졌다.


◇선박 제조사 넘어 '글로벌 딥테크 인프라 공급자'로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미국 조선업 환경에서 HD현대가 자사의 자동화 공법과 공정 관리 능력을 현지 야드에 얼마나 빠르고 완벽하게 이식하느냐가 향후 수익성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무기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돌파한 HD현대의 치밀한 우회 전략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수출 구조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미 함정 시장을 개척하고 폭발하는 AI 전력 수요를 바다 위에서 해결할 '글로벌 해상 딥테크 인프라 공급자'로 진화하고 있어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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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산업부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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