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만들던 BOE…이젠 자동차·건물·AI 반도체까지
▲필립 위안 BOE 그룹 부사장 겸 BOE 센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은서 인턴기자
“디지털 경제를 통해 우리는 디스플레이로 전 세계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필립 위안 BOE 그룹 부사장 겸 BOE센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안 부사장은 '혁신에 힘을 더해,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다(Empower Innovation, Shaping a Bright Future Together)'라는 주제 발표에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 지역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경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 건물 전체가 디스플레이…중국 도시는 이미 달라졌다
위안 부사장은 LCD를 넘어선 투명 디스플레이, 종이 같은 질감의 디스플레이, 폴더블 등 폼팩터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청두시의 트윈타워처럼 건물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밝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건물이 이제 청두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됐다며 “혁신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삶과 미적 경험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AI 접목 계획도 제시됐다. 위안 부사장은 “BOE는 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AI는 제품의 기능 통합과 형태 다양화, 활용 시나리오 확장까지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 전 사진을 AI로 복원·채색한 사례를 예로 들며 AI가 운영 효율화와 의사결정 지원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포럼 주제인 '디스플레이의 재정의(Rethinking of Display)'와 관련해 위안 부사장은 “빛을 통과시키는 기존 LCD 원리를 반대로, 빛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허페이시의 한 건물 사례를 들며 “유리 사이에 액정을 넣어 회전시키면 빛을 차단해 어둡게 만들 수 있다"며 이 기술이 적용된 허페이의 한 카페에는 이를 촬영하려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한 도서관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돼 “빛이 강할 때 조도를 낮춰 쾌적한 독서 환경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필립 위안 BOE 그룹 부사장 겸 BOE 센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은서 인턴기자
같은 기술은 차량용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위안 부사장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보야(Voyah)의 '패션(즈인) 800'과 니오(NIO)의 'ET9'를 예로 들며 “측면 유리창을 1초 만에 어둡게 만들어 사생활 보호, 눈부심 방지,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내 전기차 10여 개 차종에 이미 양산 적용됐다"며 “이 기술이 유리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 “30% 효율" 태양광 유리…BOE의 다음 승부는 AI칩
에너지 효율 측면의 진화도 소개됐다. 위안 부사장은 “디밍·글레이징 기능을 구현하려면 1제곱미터(㎡)당 2와트(W)의 별도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없앨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며 태양광 기술을 결합한 '제로 카본 빌딩 글레이징'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이미 베이징의 한 건물에 약 3년째 설치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효율이 최대 30~33%에 달하고 저조도 환경에서도 발전이 가능하다"며 “곧 지난시(濟南) 지하철역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 분야 응용 사례로는 엑스레이 검출 기술이 제시됐다. 위안 부사장은 “기존에는 필름 방식으로 엑스레이 촬영 후 결과를 받기까지 1시간이 걸렸지만, TFT 백플레인 기반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며 의사가 촬영 직후 컴퓨터로 골격 이미지를 바로 확인하고 환자와 상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레이 노출량도 줄어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바텍, 레이, DR텍, 뷰웍스 등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병원은 물론 차량 탑재형 이동식 검사 장비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 반도체 시대에 맞춘 신사업도 언급됐다. 위안 부사장은 “AI 칩 크기가 커지면서 기존 PCB 기판은 대면적화에 따른 휘어짐(warping)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유리가 차세대 패키징 기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OE는 수년간 TGV(유리관통전극), 딥홀 인터커넥트, RDL, 범프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현재 시험 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산업용 센서·모션 제어 부품, 컬러·레이저 감지 센서, 서보모터 등 산업 자동화 영역과, 브라질 상파울루의 옥외 디스플레이에 비상 신고 기능을 결합해 2만 건 이상의 신고와 300건 이상의 긴급 구조를 지원한 사례도 소개됐다. 위안 부사장은 “고기술 제품을 만들되 사람을 더 배려하는 것이 BOE의 비전"이라며 “사람의 건강과 편안함, 지구 환경, 고객의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함께 혁신에 나서 상생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국 기업 대비 중국 기업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에너지나 기술력 측면에서는 양국 기업이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다채로운 사용자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상황에 맞춘 다양한 혁신이 이뤄져야만 기술과 혁신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