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 대통령 즐긴 ‘드라피에 샴페인’, 바닷속서 숙성시키면 어떤 맛?

송민규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22 17:43

CSR와인,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드라피에' 5종 시음회 서울서 진행

육상 지하 저장고와 수심 31m 해저 숙성본 '까르뜨 도르' 2종 비교

숙성 환경이 만들어낸 산미·여운의 차이…해저 숙성 쪽이 길게 남아

주재민 소믈리에가 드라피에 샴페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CSR와인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드라피에 샴페인 시음회에서 주재민 소믈리에가 드라피에 샴페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CSR와인

바다 속에서 숙성시킨 실험적 샴페인이 시음회에서 공개됐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코트다르모르 해안 수심 31m 지점, 빛이 닿지 않고 수온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곳에서 숙성시킨 샴페인이다. 병이 다시 뭍으로 올라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와인 수입사 씨에스알(CSR)와인은 지난 20일 서울에서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드라피에(Drappier)의 샴페인 시음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음회에서는 육상 지하에서 숙성시킨 원본 샴페인과 바다 속에서 숙성시킨 실험적 샴페인이 함께 시음대에 올랐다. 같은 해에 같은 방식으로 만든 와인을 한 병은 드라피에 본사가 있는 프랑스 우르빌 지역 지하 저장고(카브·cave)에, 다른 한 병은 바닷속에 두고 숙성한 것이다. 지하에서 숙성한 쪽은 '까르뜨 도르 브륏', 바다에서 숙성한 쪽은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이다.



기자가 참석한 이날 시음회에서는 드라피에 브랜드 앰버서더인 주재민 소믈리에(레스토랑 산 지배인)의 진행으로 모두 5종을 대상으로 시음이 이뤄졌다.


드라피에 양조의 핵심은 '덜 넣는 것'이다. 당분 첨가량(도자주)을 낮게 잡고 이산화황 사용을 최소화하는 저도자주·저이산화황 양조를 고수하고 있다.



드라피에 가문은 구성원 전체가 이산화황 알레르기를 갖고 있어 이산화황을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드라피에 샴페인은 일반 샴페인의 레몬빛과 달리 구릿빛이 감도는 색을 띤다. 당분을 아예 넣지 않는 '브륏 나뚜르 제로 도자주'와 이산화황을 넣지 않은 '상 수프르' 라인을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 포도는 첫 번째 압착 주스만 쓰고, 유기농 재배와 말을 이용한 쟁기질, 경량 병 도입 같은 친환경 양조로도 이름나 있다.


이날 시음을 진행한 와인 5종. 왼쪽부터 왼쪽부터 까르뜨 도르 브륏,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 로제 브륏, 밀레짐 익셉션 2019, 그랑드 상드레 2015.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드라피에 샴페인 시음회에서 시음을 진행한 와인 5종. 왼쪽부터 왼쪽부터 까르뜨 도르 브륏,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 로제 브륏, 밀레짐 익셉션 2019, 그랑드 상드레 2015. 사진=CSR와인

드라피에는 1808년 프랑스 샹파뉴 남부 꼬뜨 데 바(Côte des Bar) 우르빌 마을에 설립된 218년 역사의 가족경영 하우스다. 8대에 걸쳐 가족이 경영을 이어오고 있고, 현재는 미셸 드라피에와 그의 자녀들이 양조와 재배, 마케팅을 나눠 맡고 있다. 12세기 클레르보 수도원 시절 지어진 지하 저장고를 그대로 쓰고 있고, 샤를 드 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즐긴 샴페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주력 품종은 피노 누아다.


꼬뜨 데 바는 샹파뉴 주요 산지 가운데 부르고뉴 샤블리와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선사시대인 쥐라기 시대 해양 화석이 섞인 키메리지안(Kimmeridgian) 석회암 토양이 짭조름한 미네랄 풍미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까르뜨 도르 브륏과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의 태생은 같은 와인이다. 다만 숙성 기간의 일부를 보낸 장소가 다르다. 드라피에는 2020년 10월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코트다르모르 해안의 수심 31m 지점에 병을 담근 뒤 2년 만에 인양했다. 지하 저장고에서 3년, 바닷속에서 2년을 보낸 뒤 인양해 다시 1년의 안정화를 거쳐 모두 6년 만에 출시된 제품이다.



해저 숙성 샴페인을 상업적으로 출시하는 하우스는 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주재민 소믈리에는 르끌레르 브리앙(Leclerc Briant)의 어비스(Abyss)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면서 비용 부담이 커 시도하는 하우스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비스가 최상급 뀌베(제품)인 것과 달리 드라피에는 엔트리 등급인 까르뜨 도르를 골라 두 방식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드라피에 샴페인 시음회에서 공개된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 병째로 깊은 바다속에 들어갔다 나와 따개비 등 해양부착생물들의 흔적이 병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송민규 기자

바다를 택한 이유는 숙성 환경에 있다. 해저 수심 31m 지점은 빛이 완전히 차단되고 일정한 수온과 압력이 유지되는 공간이다. 여기에 해류와 파도로 병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와인과 효모가 지속해서 섞여 복합적인 풍미가 형성된다는 것이 주재민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온도와 조명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지하 저장고와 달리, 외부 환경 변수가 와인 숙성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다.


원본인 까르뜨 도르 브륏은 피노 누아 80%에 샤르도네 15%, 뫼니에 5%를 섞은 논빈티지 제품이다. 드라피에가 제시하는 공식 시음 노트는 백도 계열 핵과의 향과 스파이시하고 구조감 있는 팔레트, 그리고 이 와인 특유의 모과 젤리 뉘앙스다. 평단은 여기에 삶은 배와 구운 아몬드, 절인 생강 같은 표현을 더한다. 기자에게는 모과보다 배 향이 먼저 왔다.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은 별도의 공식 시음 노트가 상세하게 공개돼 있지 않다. 두 병을 나란히 놓고 시음한 해외 평단은 해저에서 익힌 쪽이 탄산은 더 많은데도 기포가 더 곱게 통합돼 신선함과 섬세함이 함께 커졌다고 평가한다. 주재민 소믈리에는 이날 두 와인의 가장 큰 차이로 산미의 세기와 여운의 길이를 꼽았다. 질감 차이는 소믈리에들 사이에서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받은 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본보다 쌉쌀함과 신맛이 조금 더 도드라졌고 몸집은 오히려 가벼워진 반면, 피니시는 길게 남았다.


로제 브륏 역시 논빈티지 제품으로, 껍질을 짧게 침용하는 세니에(saignée) 방식으로 만든다. 공식 노트는 붉은 과실의 순수한 향과 새틴처럼 부드러운 질감, 은은한 스파이스와 핵과의 힌트를 제시한다. 해외 평단은 으깬 라즈베리와 체리를 앞세우면서 세니에 방식에서 나타나기 쉬운 과한 탄닌을 피한 질감을 높게 평가한다. 기자에게는 체리 향이 가장 먼저 왔고, 뒤이어 블러드 오렌지와 자몽 껍질을 씹은 듯한 떫은 감촉이 남았다.


이날 시음한 제품 5종.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드라피에 샴페인 시음회에서 기자가 시음한 제품 5종. 앞줄은 왼쪽부터 까르뜨 도르 브륏과 까르뜨 도르 브륏 이멀전. 뒷줄은 왼쪽부터 로제 브륏, 밀레짐 익셉션 2019, 그랑드 상드레 2015. 사진=송민규 기자

밀레짐 익셉션 2019는 작황이 좋은 해의 포도만으로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으로, 피노 누아 60%에 샤르도네 40%를 섞었다. 공식 계열 노트는 시트러스와 헤이즐넛이 얽힌 복합적인 향, 입에서는 샤르도네가 주는 바닐라 터치와 피노 누아의 깊이를 꼽는다. 주재민 소믈리에는 까르뜨 도르가 모과와 노란 핵과 계열을 보여준다면 밀레짐 익셉션과 그랑드 상드레로 등급이 올라갈수록 붉은 사과와 배 향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했다. 기자에게는 배 향이 가장 지배적으로 느껴졌다. 향은 가볍다 싶었는데 입에 넣으면 가볍지 않았고 산미가 약간 남았다. 주재민 소믈리에도 아직 시음 적기에 이르다고 언급했다.


최상급 라인인 그랑드 상드레 2015는 1838년 우르빌 마을 화재로 재가 덮인 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든다. 피노 누아 55%에 샤르도네 45%를 섞고, 이 비율은 빈티지가 바뀌어도 유지된다. 공식 노트는 우디하고 토스티한 향에 바닐라 힌트, 커리를 연상시키는 스파이스와 버터리한 질감을 제시한다. 해외 평단은 노란 복숭아와 소금기 있는 레몬, 젖은 돌과 토스트를 꼽고 음용 적기를 2026년 이후로 본다. 기자에게는 레몬 향이 가장 크게 다가왔고, 앞선 와인들에 비해 향의 존재감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주재민 소믈리에는 상위 뀌베에서 나타나는 레몬이 신선한 레몬즙이 아니라 농익거나 마이야르 반응을 거친 형태의 터치라고 설명했다.


드라피에는 국내에 까르뜨 도르 브륏과 이멀전을 함께 묶어 두 숙성 방식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한 세트 형태로 소량 들어와 있다. 같은 와인이지만 해저 숙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있어 두 병의 가격은 다르게 매겨진다.



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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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민규 기자 입니다. 유통중기부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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