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두 달 만에 100달러 돌파…이번 주 14% 급등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비상’…후티, 사우디 유조선 공격
트럼프, 이란 ‘대규모 공격’ 검토…“결정 임박”
“홍해 운항 줄면 120달러”…‘타코’ 기대는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가 홍해로까지 번지면서 국제유가가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물동량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우회 수출로인 홍해마저 수송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7.04% 급등한 배럴당 100.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이번 주 들어 약 14% 급등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5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국제유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종전 기대감에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에는 배럴당 70.1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국제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의 흐름은 급격히 반전됐다. 여기에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앞서 홍해 해상 봉쇄를 선언했던 후티는 이날 홍해의 핵심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려던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사우디는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선주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우디 항구에 입항하지 말라고 경고한 상태다.
▲올해 브렌트유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럼프 대통령은 이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격"을 검토하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는 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이번에 검토 중인 공습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였던 '장대한 분노' 작전 당시보다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우디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은 것과 관련해 “이란에는 중대한 군사적 응징이 가해질 것이고 후티도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후 별도의 게시글을 통해 “현시점부터 추가 공지가 나올 때까지 선박과 화물 또는 이와 관련된 어떤 것에라도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미국이 보유하고 통제하고 있는 이란 자금으로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전 양해각서(MOU)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이란 동결 자금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군의 대(對)이란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고 “미 동부시간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24일 오전 10시) 이란에 대한 13일 연속 야간 공습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교량이나 발전소 등을 폭격할 경우 에너지 시설을 포함한 중동 지역의 인프라 시설을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란과 후티 반군은 아직 확전의 수위를 더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확전이 굳어질수록 출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사진=롱터/연합)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마저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들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일부 선박은 이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피해 운항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홍해를 통한 선박 운항이 최소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원유 공급 차질이 계속될 경우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가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국채와 증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배럴당 100달러의 국제유가를 무시하기는 너무 어렵다"며 “4.70%를 넘어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5%를 확실하게 웃돌고 있는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주식시장이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데다 이미 높은 수준인 장기 국채금리와 맞물려 증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행보를 또다시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JP모건의 주식 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는 지난 3월 하반기부터 이란과의 분쟁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분쟁이 다시 격화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부정적인 지정학적 소식이 나올 때마다 저점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