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1심 유죄, 22년 만에 또 ‘천막당사’ 위기
480억원에 매입한 여의도 빌딩 현재가 609억원
민주당도 李대통령 퇴임 후 사법 리스크 불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 의원, 당직자들이 2020년 10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 중앙당사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판결에 따라 국민의힘에 '재정 주의보'가 켜졌다. 윤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당선무효형이 향후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당이 2022년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여원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순표)는 27일 오후 2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의 만남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실을 부인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유력 대선 후보자가 유리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선 후보가 15% 이상 득표할 경우 국가가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주지만,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이를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의 재정은 녹록지 않다. 당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총자산은 1315억776만원이다. 내실을 뜯어보면 토지(756억원)·건물(160억원)·임차보증금(273억원) 등 현금화가 까다로운 부동산 관련 자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장 융통 가능한 현금 및 예금성 자산은 115억97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건비 등 상시 고정 지출에 묶여 있어 반환금으로 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지출내역서를 보면, 인건비와 조직활동비 등으로만 141억9300만원이 증발했다.
결국 막대한 반환금이 확정될 경우, 여의도 당사 매각 외에는 뾰족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020년 7월 여의도 남중빌딩(지하 4층·지상 10층)을 480억원에 매입해 6년째 사용 중이다.
▲국민의힘 당사 빌딩 시세. 사진=부동산플래닛 캡쳐
매입 당시 대금의 80%를 은행 대출(320억원)과 시‧도당 건물 담보 대출(64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2022년 대선 직후엔 선거비용을 보전받아 빚을 모두 청산했다. 현재 이 빌딩의 시세는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약 609억원으로 추산된다.
여의도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22년 만에 다시 길거리로 나앉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불법 대선자금 823억원을 갚기 위해 2004년 여의도 당사를 매각하고, 시세 1000억원대의 천안 연수원마저 국가에 헌납한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보수 쇄신을 기치로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천막당사'를 차리고 혹독한 시절을 견뎌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대법원 판결은 내년 1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는 2심과 3심을 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9월 여의도 장덕빌딩을 192억5000만원에 80% 대출을 끼고 매입했으며, 현재는 10년 상환 조건이던 빚을 모두 갚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직인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2022년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비록 2심에서 무죄로 반전됐으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며 불씨가 되살아났다.
현재는 이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불소추 특권으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퇴임 후 재판이 재개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된다면, 민주당 역시 선거비용 약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거대 양당 모두 전·현직 대통령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당의 명운을 건 '쩐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