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생성 영상 가치 낮아…일부 장면 과하게 잘려
AI에 ‘단순 임가공 잡무’ 지시…시간 줄고 품질 향상
사람은 영상 전체 흐름과 분위기, 감정 전달에 집중
에너지경제신문은 강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허만섭 교수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청년공감' 코너를 운영합니다.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은 다양한 '시대공감'을 청년의 시각과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편집자주>
▲AI 영상 제작.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영상 미디어'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생성한 영상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범람한다. 일반인은 물론 몇몇 전문가와 언론까지 'AI가 100% 알아서 만들어준 영상'을 극찬한다. 그러나 영상 제작자들은 “이런 영상은 대체로 부가가치가 낮다"고 말한다. 유튜브도 AI가 대량 생산하는 영상이 콘텐츠의 질을 오염시킨다고 판단해 수익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AI 도움 없이 영상을 만들라는 건 아니다. 영상 제작에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은가?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영상업계에선 “진정한 고수는 인공지능에 다 맡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송사나 기업·기관의 미디어 부서 등에 근무하는 영상 편집자들은 전문 프로그램으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 26.0.1)를 즐겨 쓴다. 요즘 들어 이 프로그램에는 반복 작업을 줄여주는 AI 기능들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기능은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 마스크 트래킹, 자동 리프레임이다.
상당수 영상 전문가들은 영상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AI에게 맡기기보단 사람에게 귀찮은 '단순 임가공 잡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한다. 한 영상 전문가는 “반복적인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간소화해 제작 시간을 줄이고 영상 품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음∽" 췌언 지우는 귀찮은 노동에서 해방
유튜브용 영상 편집을 대행하는 프리랜서 김모씨는 예전에 인터뷰 영상에서 한동안 말이 없는 부분이나 '음~' 같은 불필요한 췌언을 일일이 잘라내고, 이어 붙이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김씨는 “지금은 인공지능의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 기능을 사용해 3~5분 만에 초기 작업을 끝낸다. 작업량이 많을 때 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은 말 사이 공백이나 숨 고르는 장면을 자동으로 찾아내 잘라준다. AI가 없던 시절엔 편집자가 음성 파형을 일일이 보면서 직접 잘라야 했다. 이젠 버튼 몇 번이면 끝난다.
▲사진1.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 기능 사용 전(위)과 후(아래) 사진= 김하연
위 사진1과 같이, 프로그램 화면에서 AI가 음성이 없는 구간을 자동으로 분석한 뒤 타임라인을 여러 개의 짧은 클립으로 나눠주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원본 영상이 수십 개로 자동 분할되면서 반복적 컷편집 작업이 크게 줄었다.
물론 AI가 모든 편집을 완벽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일부 장면은 너무 과하게 잘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화자가 효과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잠시 침묵할 수 있다. 또, 출연자 사이의 어색한 정적은 그 자체로 흥미와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맥락까지 파악할 수 없어 불필요한 장면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영상 제작자 이모씨(32)는 “영상은 말만 이어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2~3초 정도의 침묵이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도 있는데, 완전 자동화 AI는 이런 부분까지 삭제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AI가 영상을 통째로 제작해주는 방식보다 반복되는 편집 작업을 줄여주는 방식이 현업에서는 더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사람 얼굴을 따라다닌다…자동 추적 장치 '마스크 트래킹'
편집자들이 즐겨 쓰는 또 다른 AI 기능은 '마스크 트래킹'이다. 사람 얼굴이나 자동차 같은 영상 속 특정 부분을 AI가 자동으로 따라다니며 추적한다. 예전엔 편집자가 인물의 움직임에 맞춰 프레임마다 직접 위치를 수정해야 했다. 이제는 AI가 대상의 움직임을 인식해 경로를 계산한다.
▲사진2. 영상 편집자가 마스크 트래킹으로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있다. 사진=김하연
이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 봤다.(사진2) 편집자가 영상 속 사람 얼굴 부분을 한 번 지정하자 그 이후 AI가 움직임을 추적하며 마스크 위치를 이동시켰다. 사람이 화면 안에서 움직여도 AI는 얼굴 위치를 계속 계산하며 경로를 유지했다.
기존에는 인물이 조금만 움직여도 편집자가 키 프레임을 반복해 수정해야 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과정이 이렇게 자동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직접 써본 결과, 인터뷰 영상처럼 움직임이 비교적 일정한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인물을 따라갔다. 다만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거나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엔 다소 흔들리기도 했다.
가로 영상을 세로로 '뚝딱'…쇼츠 필수기능 '자동 리프레임'
재생시간이 짧은 쇼츠·숏폼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자동 리프레임' 기능도 자주 활용된다. AI가 가로형 영상을 세로형으로 자동으로 변환해 준다.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사람을 화면의 중심에 자동으로 맞춰준다.
▲사진3. 자동 리프레임으로 가로형 영상을 세로형 쇼츠로 바꿨다. 사진=김하연
사용된 화면에서는 16대9 비율의 가로 영상이 세로형 쇼츠 화면으로 자동 변환됐고, 인물이 움직일 때마다 프레임 중심도 함께 이동했다.(사진 3) AI가 프레임을 바꾸면서 그에 맞게 화면 구도를 재배치했다. 예전엔 편집자가 직접 키 프레임을 찍어가며 화면 위치를 조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대신한다.
실제로 써보니 가로 영상을 세로 영상으로 바꾸는 데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AI가 주요 피사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화면 움직임이 약간 어색해졌다.
영상 제작·편집자들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장 지루한 작업을 AI가 대신해준다", “팟캐스트 편집에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초벌 작업용으로는 좋지만 최종 편집까지 맡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자들은 “반복 작업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영상의 전체 흐름과 분위기, 감정 전달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