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오만, 호르무즈 해협 합의안 마련
美, 수용하면 이란 통제권 인정
거부하면 추가 공습·전쟁 장기화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게 남은 선택지를 고려하면 출구전략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둘러싼 이란과 오만의 합의안을 받아들이거나 이란을 향해 경고해온 대로 군사적 공격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현재 이란 의회가 검토 중인 합의 초안에는 특정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는 선박을 이란이 관리하고, 해협을 빠져나가는 선박은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기간이 끝나면 남북 양측 통항로를 통한 선박 이동은 전면 중단되고 모든 통행은 중앙 통항로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적대국 소속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란에 피해를 준 국가 및 개인은 해당 피해를 배상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통항 허가를 받을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화물 가치의 최대 2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담겼다.
여기에 이란은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에 화물 가액의 5~7%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오만은 약 3% 수준의 수수료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가 성사돼 공식 발표되면 미국과 이란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이란 핵 프로그램과 경제 제재 완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사실상 공식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이번 합의가 성사될 경우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미국이 이란에 제공하는 가장 큰 양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이란과 오만이 마련한 합의안을 실제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합의안과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항로가 만들어지더라도 어떠한 승인이나 허가, 통행료 또는 비용도 부과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도 로이터에 어떠한 임시 항로가 마련되더라도 아무런 방해 없이 운영돼야 하며 어느 당사자도 선박 통행을 감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토머스 워릭 연구원은 “분명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양측이 서로 양보하는 대신 모두 요구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사진=AP/연합)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또 다른 선택지인 대규모 추가 공습 역시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길 수 있다고 짚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는 데다 그동안 진행된 폭격으로도 이란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한 만큼 추가 공습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불안정한 교착 상태를 유지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면서 선박 공격이 발생할 때마다 보복 공격을 단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당초 4월 중순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체면을 살리면서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먼저 큰 폭의 양보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위협에도 이란으로부터 별다른 양보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 위해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려면 자신답지 않은 선택, 즉 '타협'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에서 중동 협상가를 지낸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나쁜 선택지만 놓인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전쟁을 끝없이 끌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수 있다"며 “무언가는 양보해야 하고 그것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한 이란의 현실을 인정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이란 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베남 벤 탈레블루는 “이란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일이든 서둘러 뛰어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미국이 협상력을 가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어디인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날들이 곧 다시 올 것이다. 전쟁이 끝나는대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곧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본다. 오래 갈 수 없다고 본다"며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 나는 협상에 관여돼 있으며 우리는 잘하고 있다. 조만간 (종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