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논란·지지율 하락에 쇄신 해법 안 보여
정청래 후보 “전통 지지층 이탈이 원인” 엇나간 진단
과거 비전·노선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흠집내기 골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부터)·송영길·김민석 당 대표 후보가 12일 서울 양천구 SBS 목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후보 간 고소·고발전으로 번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막판까지 정책이나 당 운영 방향보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공방이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청래 후보는 13일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김민석 전 총리님, 그동안 뭐 하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국무총리까지 하신 분이 LH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고, 엉뚱한 부처 간 이견 운운하신다"고 질타했다.
정 후보 측은 전날 광주 북구을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전당대회 경선 운동을 위한 불법 전화방을 운영하고 경선 운동원에게 금품 제공을 약속한 의혹이 접수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진숙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무고죄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 측도 신천지 신도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해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후보는 당대표가 될 경우 윤리감찰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윤리심판원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맞받았다.
과거 민주당계 전당대회에서 경쟁은 치열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는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가 3.52%포인트 차로 승부를 갈랐다.
당시에도 후보 간 공방은 있었지만 당의 노선과 지도부 운영 방향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전대에서는 후보 개인과 측근을 둘러싼 의혹이 선거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설명이다.
민주당이 풀어야 할 현안은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과 세금 문제가 민심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향후 5년간 9조2000억원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집값과 보유세 문제에 민감한 유권자가 많다. 당내에서도 부동산 세제 개편이 중도층과 실수요자에게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후보는 최근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주요 원인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2030세대와 3040 남성, 수도권 중도층 등의 민심을 어떻게 되돌릴지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8·17 전당대회가 끝나면 새 지도부는 곧바로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면서 지지율 하락에 대응하게 된다. 부동산 세금 문제와 수도권 민심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당대회가 시끄러운 것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여당 전당대회에서 이 정도로 극한 대립이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인신공격과 상대 후보 징계 발언까지 나오면서 전대 이후 같은 당에서 함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세제나 레버리지 ETF처럼 후보들이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줄 쟁점이 충분한데도 상대방 공격에 치우치고 있다"며 “강성 당원들의 영향력이 커진 데다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이 과거보다 약해진 점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