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보다 귀한 석유제품…정유업계 ‘골든타임’ 언제까지

박주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20 17:27

중동 전쟁 고마진 지속…美 디젤 마진 ‘역대 최고’
동절기 앞두고 재고 하락…‘마진·조달 균형’ 관건

9차 석유 최고가격 21일 발표 예정

▲20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석유시장 공급난이 원유에서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석유제품 생산설비의 가동 차질로 정제마진의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고효과가 상반기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안정적인 정제능력을 보유한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성장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업의 수익성 지표인 글로벌 정제마진은 중동전쟁 이후 이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1~2월 배럴당 평균 5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싱가폴 정제마진이 지난 4월 36.2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난달 22.9달러 수준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정유업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디젤(경유) 정제마진 상승은 더욱 공격적이다. 디젤과 원유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크랙스프레드(정제 마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다. 로이터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디젤 마진이 배럴당 102.2달러를 넘어섰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같은 정제마진 강세는 중동과 러시아 등 주요 석유제품 공급처의 정제·수출 차질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글로벌 정유사의 원유 처리량이 하루 8090만배럴로 전월 대비 180만배럴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500만배럴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석유제품 수출 차질과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지속되면서 IEA는 3분기 글로벌 정유 처리량 전망치도 기존보다 하루 37만배럴 추가 하향했다.


특히 공급난은 경유와 항공유 등 중간유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중동·러시아·아시아의 경유 수출량은 지난달 들어 전년 동월 대비 하루 13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해상 경유 교역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항공유 수출도 하루 67만배럴 줄어 글로벌 해상 교역량의 34%가량이 사라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수요가 급증하는 동절기 진입을 앞두고 주요 수입국의 중간유분 재고가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대 수요처인 미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4일 기준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와 휘발유 재고가 각각 4억2880만배럴·2억940만배럴 규모로 전주 대비 1% 수준 증가한 반면, 중간유분 재고는 1억560만배럴로 같은 기간 15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유업계의 정제 가동률이 97.2%로 사실상 풀가동 체제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간유분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나타나며 수급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의 중간유분 재고(1억560만배럴)는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 역시 경유와 항공유 재고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급 불안은 북반구 동절기 진입과 맞물려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중간유분은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주요국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절기에 진입할 경우 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은 안정적인 정제능력을 보유한 국내 정유업계에도 한층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는 올 상반기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유 수출액은 각각 4조111억원·3조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42.7% 증가한 상태다. 에쓰오일의 경우, 항공유 수출액 역시 2조7277억원으로 같은 기간 45.6% 뛰었다. 하반기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되면 이 같은 중간유분 수출액 성장세도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석유제품 수출 상한선을 전년 대비 10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실제 올 2분기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78.7% 수준으로 추산돼 수출 확대에 따른 추가 성장 여지도 남아있는 상태다.


관건은 하반기 정제마진 강세가 업계의 원유 조달비용 부담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다. 높은 정제마진이 고스란히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데다 중동산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해협 통항 차질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에도 동시에 노출돼있다. 최근 저렴한 중동산 대신 비중동산 대체원유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늘리고 있는 점 역시 원유조달 부담 요소다.


아울러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효과가 하반기 들어 약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제마진과 원유 조달비용 균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강세가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조달비용 상승 폭에 따라 이 같은 영향이 상쇄될 수 있고, 조달 기간이 길어지면 가동률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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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주성 기자 입니다. 산업부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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