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숨통 끊겠다”…중국까지 겨눈 트럼프 ‘경제적 디데이’ [이슈+]

박성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20 12:03

“이란 돕는 모든 국가 막대한 경제적 대가” 경고
이란 원유 사들이는 중국 사실상 정조준

시진핑 방미 앞두고 미중 갈등 격화 우려
“모든 동맹국 함께 고립시켜야”…韓 역할 주목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이른바 '경제적 디데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자금 조달과 제재 우회 통로를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것은 물론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도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사들이는 중국이 사실상 핵심 표적으로 지목되면서 미중 간 새로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에 합의할 기회를 나보다 더 많이 준 사람은 없다. 비극적이게도 그들은 그 기회를 놓쳤다"며 “이에 나는 어느 국가를 상대로도 지금껏 취해진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경제 작전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자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 공항 또는 정부기관이 이란에 어떠한 형태로든 생명줄을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모든 국가는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석유 밀수, 통화스와프, 현금 이전, 환전소, 선박 등록, 위장기업 등 모든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경제적 디데이(ECONOMIC D-DAY)'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전날 이란과의 모든 무역 및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 뒤 나왔다.



UAE는 이란의 핵심 금융·비즈니스 허브 역하을 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는 등 이란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UAE의 이번 조치가 이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을 새로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데 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풀도록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체결했던 양해각서(MOU)와 유사한 방향이다. 그러나 당시 합의는 양측이 보복 공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결국 무산됐다.


이에 다른 국가들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경제 고립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을 고립시키고 격퇴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동맹국이 미국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도 주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결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란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이 미국의 이란 비핵화 노력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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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란 테헤란 거리(사진=EPA/연합)

문제는 미국이 이란에 추가로 가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적 제재 수단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란은 이미 수십년 동안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아왔고,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한 뒤 전개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도 버텨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 판매를 정조준할 경우 내달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사들이며 이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이번 게시물에서 그은 가장 큰 레드라인이 바로 이것"이라며 “이 메시지는 한 국가, 오직 한 국가를 향하고 있다. 바로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인 중국"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산 원유를 거래해온 중국의 독립계 '티팟 정유사'와 관련 기업 일부를 제재해왔다. 다만 이란과 중국 간 원유 거래에 자금을 대는 중국 대형은행들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적인 제재를 피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도미닉 치우 등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정유사들은 아직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은 중국 은행들과 주로 거래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들 금융기관이나 주요 국유기업에까지 2차 제재를 확대할 경우 중국 정부는 더욱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금까지 미국의 압박에 오히려 자체적인 경제적 요구를 내놓고 있다.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쟁 여파로 이란 경제가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경제 고립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미국의 해상 봉쇄와 폭격으로 인한 피해, 이란 정권 내부의 부패가 겹치면서 이란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8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란 통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약 30% 폭락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인구 9000만명의 이란이 자국 역사상 최악 수준의 경제위기 가운데 하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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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국제부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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