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1개 지구·20만9270호 미착공…대지 면적 여의도 3배
2022년 이전 승인 물량도 2만3802호…수도권 미착공 지구 63곳
보상·지장물 철거·기반시설 조성 지연이 발목…공급 확대 실효성 우려
정희용 “신규 물량보다 장기 미착공 사업 정상화 대책부터 마련해야”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이 전국적으로 20만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착공 물량의 약 80%는 보상이나 지장물 철거, 기반시설 조성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토지여건 미성숙' 때문이었다. 정부가 LH 직접시행 등을 통해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승인된 사업의 착공 지연 요인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LH 주택은 전국 111개 지구, 총 20만9270호로 집계됐다.
사업 대상 대지 면적은 총 865만8505㎡로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에 이른다. 주택 유형별로는 분양주택이 10만1634호, 임대주택이 10만7636호다. 임대주택이 분양주택보다 6002호 많다.
승인 연도별로 보면 2022년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뒤 아직 착공하지 못한 주택이 2만3802호에 달했다. 수년 전 승인 절차를 마치고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장기 미착공 물량이다.
이어 2023년 승인 물량이 3만1720호, 2024년 7만5847호, 2025년 7만2574호, 올해 5327호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승인 물량만 14만8421호로 전체 미착공 물량의 약 71%를 차지했다. 사업승인이 실제 착공과 공급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미착공 물량이 계속 쌓이는 모습이다.
미착공 지구는 수도권에 절반 이상 집중됐다. 전국 111개 지구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지구는 63곳으로 전체의 56.8%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지구는 48곳으로 43.2%였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8곳, 충남과 전북 각각 7곳, 경남 5곳, 인천 4곳 등의 순이었다. 주택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과 경기에서도 사업승인 이후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지구가 다수 누적된 것이다.
착공이 늦어진 가장 큰 원인은 '토지여건 미성숙'이었다. 전체 미착공 주택 가운데 16만7283호가 토지여건 미성숙을 이유로 착공하지 못했다. 전체의 79.9%에 해당한다.
토지여건 미성숙은 사업승인을 받은 대지에 기존 건축물이나 각종 지장물이 남아 있어 보상과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도로·관로 등 주택 건설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행정적인 사업승인은 완료됐지만 실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현장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나머지 4만1987호는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착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미착공 물량의 20.1%다. 지방자치단체와의 사업비 분담이나 지역 민원 등 관계기관 협의가 지연 사유로 꼽혔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는 LH 직접시행 방식의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7일 발표한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LH 직접시행으로 총 5만33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직접시행을 위해 설계·시공사 선정과 부지 조성 등 관련 사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승인된 물량 20만호 이상이 토지 문제와 관계기관 협의 등에 가로막혀 있는 만큼 신규 공급 목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착공과 입주를 앞당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서 사업승인 이후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상과 지장물 철거, 기반시설 조성, 관계기관 협의 등 개별 사업 단계에서 발생하는 지연 요인을 해소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의원은 “정부가 8·13 대책을 통해 승인 이후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은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계획에는 '최대한',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선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LH가 향후 5년간 직접시행을 통해 5만3300호를 실제 착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새로운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업승인을 받고도 장기간 미착공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업부터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