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s 시계가 늦어지고 있다…지속가능발전委 기능·권한 실질화할 때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송민규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31 18:45

■ 이창언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전략·조정·평가·환류와 소통을 잇는 국가 지속가능성의 중심축

이창언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이창언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4년 남짓이다. 그러나 세계는 목표 지점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추세를 평가할 수 있는 139개 세부목표 가운데 목표 달성 궤도에 있는 것은 15%, 중간 수준의 진전을 보이는 것은 21%에 그친다. 49%는 진전이 미미하거나 정체돼 있고, 15%는 2015년 기준선보다 후퇴했다. 식수와 전기, 보건, 디지털 접근의 확대는 분명한 성과다. 문제는 성과가 없다는 데 있지 않다. 변화의 속도가 위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유엔은 분쟁 확대, 기후변화, 세계경제 둔화, 개발도상국의 부채 부담과 공적개발원조 감소를 주요 역풍으로 꼽는다. 그러나 외부 요인만으로 지금의 지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국가 내부에서 장기목표가 부처별 사업으로 쪼개지고, 전략과 예산이 따로 움직이며, 평가가 보고서 발간으로 끝난다면 SDGs는 국정운영의 중심에 설 수 없다. 계획은 있는데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보고와 이행의 탈동조화(decoupling)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첫 자발적 국가검토(VNR)를 제출한 이후 두 번째 보고서를 2027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준비하고 있다. SDSN의 '지속가능발전보고서 2026'에서 한국은 169개국 가운데 34위, 78.4점을 기록했다. 결코 낮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규모와 행정역량을 생각하면 이 정도에 안주할 단계도 아니다. VNR 역시 국제사회에 성과를 알리는 홍보물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뒤처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정책을 바로잡는 국가적 검토 과정이어야 한다.



◇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SDGs를 접는 일이 아니라 다시 국정운영의 좌표로 세우는 일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지금,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역할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은 국가위원회에 결코 가벼운 역할을 맡기고 있지 않다. 국가기본전략을 심의하고 중앙추진계획을 협의·조정하며,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주요 법령과 중·장기 행정계획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정책의견을 제시하며 국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장기 방향을 살피고, 부처 간 충돌을 조정하며, 이행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책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국가위원회의 본래 역할이다.


문제는 권한이 법에 적혀 있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먼저 정책조정 기능이 실질화되어야 한다. 탄소감축과 산업경쟁력, 지역개발과 생태보전,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처럼 어느 한 부처의 논리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지속가능성이라는 공통 기준 위에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위원회가 단순히 여러 부처의 정책을 모아 보는 곳이 아니라 정책 간 충돌과 사각지대를 드러내는 범정부 조정의 장이 되어야 한다.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평가 결과가 다음 계획과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평가는 행정절차에 머문다. 주요 정책과 재정사업이 어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기여하고 다른 목표에는 어떤 부담을 주는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함께 살펴보는 지속가능성 예산 연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예산권을 행사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산을 결정할 때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준이 실제 판단자료로 들어가게 하자는 것이다. 평가와 재정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잇는 일이다.



또 하나는 소통의 혁신이다. 지속가능발전은 정부가 계획을 만든 뒤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에 설명하는 방식만으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의제를 설정하고 전략을 만들며 이행을 점검하는 과정에 지방정부, 시민사회, 기업,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방적인 의견수렴에서 벗어나 숙의–반영–설명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반영됐고 무엇이 반영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까지 다시 설명할 때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지역의 자발적 지역검토(VLR)에서 확인된 성과와 과제도 국가 VNR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 모든 기능을 뒷받침하려면 전문적인 사무조직과 안정적인 데이터, 부처와의 협의 채널, 축적된 조직기억도 필요하다. 조직을 키우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국가위원회가 법으로 부여받은 기능을 실제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는 행정적 근육을 갖추자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한국에는 법도 있고 전략도 있으며 지표와 평가제도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략·조정·평가·재정·소통을 하나의 정책과정으로 꿰어내는 힘이다.


2030년까지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선언이 아니다. 뒤처진 목표를 찾아내고, 정책 간 충돌을 조정하고, 성과를 평가하며, 그 결과를 다시 정책과 재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한다는 것도 위원회를 위한 권한 확대가 아니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실제 정책으로 움직이게 할 필요한 힘을 갖추자는 것이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SDGs를 알리는 위원회를 넘어 대한민국의 장기 미래를 점검하고, 조정하고, 사회와 연결하는 국가 지속가능성의 실질적 정책 중심축으로 작동해야 할 때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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