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비상”…글로벌 농산물값 얼마나 올랐길래 [이슈+]

박성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31 17:00

8월 ‘농업 지수’ 14% 가까이 올라
2012년 7월 이후 최대 상승폭

우크라戰·엘니뇨 겹쳐 작황 우려
美·이란 무력 충돌 재개


RUSSIA-GRAINS/MEASURES

▲밀(사진=로이터/연합)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이상기후로 글로벌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약 1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운송비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식품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10개 농산물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농업 현물지수'는 지난 28일 기준 이달 들어 14%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날까지 이어질 경우 2012년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하게 된다.


밀은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을 견인한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흑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방의 선박과 항만을 공격하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자 밀 가격은 최근 3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수출되지 못한 곡물이 쌓이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농가들이 2027년 시즌을 위해 올 겨울 재배 면적을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수출 차질이 단순한 물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향후 생산량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군사 공격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보리와 옥수수, 해바라기유 역시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흑해산 곡물 공급 감소분을 메울 만한 뚜렷한 대체 공급처가 없다는 점이다. 농산물 컨설팅업체 락스톡 컨설팅은 이날 보고서에서 흑해 지역의 수출 차질을 다른 국가들이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아르헨티나산 밀은 품질에 대한 의문이 있고 캐나다는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호주는 수출 여력에 제약이 있다"며 “미국산 밀은 갈수록 가격이 비싼 최후의 공급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흑해 지역 수출이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단기적인 물류 차질이라기보다 여러 작기에 걸쳐 이어지는 공급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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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26년 블룸버그 농업 현물지수 월간 상승률 추이(사진=블룸버그)

설탕과 코코아 가격도 이달 들어 20%가량 급등했다.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의 기상 악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특히 뉴욕 설탕 선물 가격은 2015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설탕 생산국인 인도에서 재고가 빠듯한 가운데 축제 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설탕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이례적으로 일부 물량에 대한 무관세 수입까지 허용했다.


또 올여름 폭염으로 미국과 유럽의 옥수수 수확량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에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글로벌 농업 공급망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연료와 비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박한 위협"을 가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부설 병력을 상대로 “제한적이고 정밀한" 군사행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대(對)이란 군사 공격은 지난달 29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란도 요르단 내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올리며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식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농산물 인플레이션이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와 운송 비용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식품 가격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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