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ESS 입찰 코앞으로 …삼성·SK·LG, 승부처는 ‘가격 밖’에

박서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31 14:17

1차 삼성SDI→2차 SK온…수주 1위 교체
안전성·산업 기여도 등 비가격 평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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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의 ESS 중앙계약시장 수주 판도. 그래픽=박서현 기자

오는 9월 제3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앞선 입찰에서 우위를 다투던 삼성SDI와 SK온이 다시 맞붙고, LG에너지솔루션까지 가세하며 3차 입찰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서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5% 이상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2차에서는 SK온이 절반 이상의 물량을 가져가며 판도가 뒤집혔다. 올해 예정된 유일한 중앙계약시장 입찰인데다 2차부터 가격평가와 비가격평가 비중이 50대50으로 조정된 만큼 업체별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성·국내 산업 기여도 등 비가격 경쟁력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과 출력제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ESS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확보하는 제도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총 2.22기가와트(GW)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국 단위 중앙계약시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1·2차 입찰을 통해 총 1.1GW가 넘는 ESS 사업을 선정했다.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사실상 시장을 선점했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2025년 7월 육지 500MW와 제주 40MW 등 당초 540MW 규모로 추진한 1차 입찰에서 총 563MW 규모의 8개 사업을 최종 확정했다. 공고 물량의 105%까지 선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최종 물량은 당초보다 늘었다. 배터리 업체별로는 삼성SDI가 약 427MW를 확보해 전체의 75.8%를 차지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136MW를 확보했다. SK온은 수주하지 못했다. 1차 입찰만 놓고 보면 삼성SDI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셈이다.


다만 2차 입찰에서는 SK온이 최대 수주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 11월 공고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은 육지와 제주에서 각각 별도 입찰이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7개 사업, 565MW가 선정됐다. 이 가운데 SK온은 읍동·운남·남창 등 3개 사업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284MW를 확보했다. 전체의 50.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삼성SDI는 202MW(35.7%), LG에너지솔루션은 79MW(14%)를 각각 확보했다.



1차에서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던 SK온이 2차에서 최대 물량을 확보하면서 업체별 수주 구도도 달라졌다. 삼성SDI는 1차의 75.8%에서 2차 35.7%로 비중이 낮아졌지만, 두 차례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차 24.2%에 이어 2차에서도 14%에 그쳤다.


입찰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1차에서는 가격평가와 비가격평가가 각각 60%와 40%였지만 2차부터는 50% 대 50%로 조정됐다. 비가격 평가에서는 화재·설비 안전성과 산업·경제 기여도 등의 배점이 확대됐다. 전력거래소는 1차 입찰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가격점수가 높을수록 총점과 낙찰 확률이 높은 반면 비가격 점수와 낙찰 확률 간 뚜렷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2차부터 가격과 비가격 평가의 비중을 동일하게 조정했다.


3차 입찰에서도 2차부터 적용된 평가 체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사업자 간담회에서 가격평가와 비가격평가 비중을 50대50으로 유지하고, 가격평가는 최저가 방식을 적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일부 세부 평가 기준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가격뿐 아니라 계통 연계와 안전성, 산업·경제 기여도 등을 함께 평가하는 큰 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는 3차 입찰을 늦어도 9월까지 공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입찰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앞선 1·2차와 비슷한 500MW대 물량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고려해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터리 3사도 3차 입찰과 국내 ESS 시장 확대에 대응해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SK온은 충남 서산 2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가운데 약 3GWh 규모를 ESS용으로 전환해 2027년 초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산공장의 ESS용 LFP 생산능력을 향후 최대 6GWh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생산라인 구축을 시작해 2027년부터 초기 1GWh 규모로 생산을 시작하고,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울산사업장에 ESS용 LFP와 나트륨 배터리 등의 양산 기반을 구축하는 중장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 국내 소재업체 엘앤에프와 ESS용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공급망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3차 입찰이 배터리 업체들의 국내 ESS 사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2차 입찰에서 수주 1위가 삼성SDI에서 SK온으로 바뀐 만큼, 3차에서는 업체별 가격 경쟁력과 함께 국내 생산 기반, 안전성, 공급망 등 비가격 경쟁력이 어떻게 평가될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1·2차 입찰에서 수주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업체별 가격 경쟁력과 사업 전략이 달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3차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국내 생산 기반과 안전성, 공급망 대응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각 업체가 어떤 조건으로 사업을 제안하느냐가 수주 규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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