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온타리오호 개명 이어
호르무즈까지 ‘트럼프 해협’ 주장
여권·지폐·동전·공항·군함에도 트럼프
“정치적 유산 남기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잇달아 새기며 이른바 '트럼프 브랜딩'을 확산시키고 있다. 집권 2기 들어 멕시코만과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잇달아 바꾸고 화폐와 여권, 각종 정부 정책과 시설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반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다시 꺼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제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통제 아래 두고 있으니 그 이름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미국처럼, 그 어느 때보다 더 잘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어감이 꽤 괜찮다"고 호응하며 '트럼프 해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백악관 엑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실제 개명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니다. 그냥 한번 던져본 이야기였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트럼프 해협'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데다 집권 2기 이후 주요 지명과 역사적 장소의 명칭 변경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 도중 “이란은 트럼프 해협, 아니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야 한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곧바로 “실례했다. 정말 미안하다. 끔찍한 실수였다"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이스라엘 채널14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다시 '트럼프 해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에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지도부터 돈·여권까지…곳곳에 번지는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개명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보여온 일련의 '브랜딩'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했고, 최근 캐나다와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과정에서는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케네디 센터 모습(사진=AFP/연합)
워싱턴DC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에는 자신의 이름을 추가해 '도널드 J. 트럼프·존 F. 케네디 공연예술기념센터'로 바꾸려 했다. 다만 연방법원이 명칭 변경이 불법이라고 판단하면서 현재 트럼프의 이름은 가려진 상태다.
미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팜비치 국제공항은 지난 7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국제공항'으로 공식 개명됐다. 공항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 역시 기존 'PBI'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셜인 'DJT'로 변경됐으며,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남부 대로'에서 '도널드 J. 트럼프 대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2일 트럼프 동전을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 서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의 국가적 상징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이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긴 1달러짜리 금빛 동전 판매가 이날 시작됐다. 동전 앞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LIBERTY', 'In God We Trust' 등의 문구가 새겨졌으며 수집용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 법정통화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서명이 들어간 한정판 미국 여권(사진=미 국무부)
미 국무부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패트리엇 패스포트'를 총 25만 개 한정 발급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정판 여권의 앞표지 안쪽에는 독립선언문을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서명이 담겼다. 현대 미국 여권에 현직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것은 전례가 없다고 야후뉴스는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신규 발행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인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서명이 들어간 첫 100달러 지폐가 6월부터 인쇄되고, 이후 다른 권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100달러 지폐(사진=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정부 정책에도 붙고 있다. 100만달러를 내는 외국인에게 미국 영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는 '트럼프 골드카드', 의약품 가격 비교·판매 정부 플랫폼 '트럼프Rx',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동안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장기 저축계좌인 '트럼프 계좌' 등이 대표적이다.
군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새로운 군함을 '트럼프급'으로 명명하고 '황금 함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자신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이라는 점을 연상시키는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명칭 'F-47'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왼쪽), 작년(오른쪽) 미 국립공원 입장권(사진=미 내무부)
올해 미국 국립공원 입장권(패스) 또한 기존 야생동물과 자연 풍경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나란히 배치한 디자인으로 바꿨다. 일부 이용자들이 스티커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가리는 일이 벌어지자 미 내무부는 스티커 등을 붙여 입장권을 변형할 경우 효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규정까지 마련했다.
야후뉴스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나 얼굴, 이미지를 사용하는 사업과 정책이 이미 10여개를 넘어섰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그의 정치적 유산을 부각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