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왜 명령 거부 안 했나”…정치 논리와 軍 상명하복 딜레마

이상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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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무 정치경제부 기자

12·3 비상계엄에 휘말린 군인에 대한 최근의 수사와 재판을 지켜보면 딜레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차 종합특검은 서강대교에서 병력을 회군시켜 내부고발자로 평가받던 조성현 전 제1경비단장마저 내란 가담 혐의로 기소했다. 최초 출동 당시 계엄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다. 정치인 체포 지시 폭로자인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국회에 진입했던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에게 징역 12년, 이상현 전 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장 징역 10년,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징역 5년을 선고해 법정구속됐다.



“명백히 불법한 명령까지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헌법과 형법의 잣대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잣대가 군대라는 특수한 무력 집단의 현실과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이 시사점을 준다. 지난 1월 현장에 투입된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작전의 정치적·법적 논란은 명령권자인 대통령과 행정부가 감당했고, 명령을 수행한 군인을 법정에 세우지는 않았다. 그것이 법치국가가 군이라는 물리력을 대우하는 방식이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장군급이 계엄의 위법성을 알고도 동조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실무 지휘관에게 명령의 헌법적 정당성까지 스스로 따져 복종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하면, 그 명령 체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급박한 상황에서 '항명'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내란의 고의'를 물어 중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실제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은 계엄 해제 의결을 막는 시도를 하다가 철수했다. 대치 과정에서 부상 입은 민간인은 있었으나 심한 무력을 쓰진 않았다.


12·3 계엄의 주동자들과 헌정 질서를 유린한 세력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작전이 성공했다면 끔찍하다. 그러나 그 정치적 사태의 단죄가 군대 상명하복 체계의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명령권자의 책임과 명령을 받은 군인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그 기준 없이 사후적으로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따진다면, 군인들은 다음 명령 앞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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