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아내 구제 요구한 남편은 총 16개월 정직
“항의했다고 징계…독립적 진상규명·재조사해야”
▲함계남 전 조직국장의 배우자인 양규서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이 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빌딩 12층 외벽에 매달려 단식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민주노총 내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 반복적인 징계를 둘러싼 갈등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와 배우자가 민주노총 총연맹과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조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노조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빌딩에서 부당해고 및 징계를 주장하는 함계남 전 조직국장과 배우자인 양규서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이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조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함 전 조직국장은 2023년 1월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같은 해 6월 고용노동부에, 7월에는 민주노총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다만 의료연대본부는 2023년 3월 해당 사안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함 전 조직국장 측은 장기간의 초과근무와 건강 악화 등을 겪었으며 이후 징계와 조합원 제명, 해고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함 전 조직국장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2047시간의 시간외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또 간부 활동 과정에서 계단 사고와 아킬레스힘줄염, 적응장애, 우울증 등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2023년 4월 의료연대 서울지부 사무국 간부들로부터 권고사직을 요구받았고 같은 해 12월 의료연대본부 조합원에서 제명됐다. 2024년 11월에는 의료연대 서울지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함 전 조직국장의 배우자인 양규서 조직국장은 아내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공공운수노조를 상대로 장기간 항의 활동을 벌여왔다.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46일간 공공운수노조 앞 옥탑농성을 진행했으며 올해 8월 5~6일에도 2차 옥탑농성을 벌였다.
양 조직국장 역시 이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로부터 여러 차례 중징계를 받았다. 2023년 4개월, 2024년 6개월, 2026년 6개월 등 총 16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현재 정직은 오는 11월 종료될 예정이다.
양 조직국장 측은 자신의 징계가 아내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항의하고 해결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야 할 노동조합이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조직을 떠나도록 압박하고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에게 반복적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 빌딩 1층에 마련된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의 부당해고 진상규명과 재조사를 촉구하는 단식농성 장소. 사진=박지성 기자
현재 부부는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정동의 경향신문사 빌딩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함 전 조직국장은 건물 1층에서 이날 기준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양 조직국장은 이날부터 12층 외벽에서 밧줄에 매달려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아내는 1층에서, 남편은 12층에서 각각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의 재조사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양 조직국장이 12층 외벽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고가사다리차를 배치하고 지상에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경찰도 현장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한 재조사다.
민주노총이 마련한 '일터 괴롭힘 예방 및 금지 규정'에 따르면 현재 조사위원회는 민주노총 임원과 중앙 사무총국 성원, 지역본부 임원 및 사무처 성원 등을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들은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할 경우 산업재해 신청과 정신과 진료, 약제비 등을 지원하고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한 법률 조력을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제기된 사건 역시 신고된 것으로 간주해 즉각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도 포함됐다.
양 조직국장 측은 민주노총 총연맹과 공공운수노조 지도부가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양대노총 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의 징계·해고 문제를 넘어 노동조합 내부의 조직문화와 노동자 보호 원칙에 관한 문제로 보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과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강조해온 민주노총이 내부에서 제기된 괴롭힘 논란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놓고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민주노총 총연맹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함 전 조직국장에 대해서는 총연맹 차원의 신규 채용과 명예로운 은퇴를, 양 조직국장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정직 종료 이후 추가 징계 없이 복직하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