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딛고 ‘한국판 스페이스X’ 속도 내는 한화
노조 반박문…“대형화 땐 독자 전투기 개발 맥 끊겨”
“매출 70% 싹쓸이 땐 안보 위협·생태계 연쇄 붕괴”
▲한화그룹·KAI CI
공정거래위원회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 승인을 두고 한화그룹과 KAI 노동조합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이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과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고 나선 반면, KAI 노조는 방산 독과점과 항공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3곳이 KAI 주식 총 15.89%를 취득한 건에 대해 일반 심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현재 KAI의 최대 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고 정부 측 지분율이 35%를 넘어 공정위는 현시점에서 한화가 실질적 경영 지배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승인 직후 한화그룹은 공식 입장을 내고 지분 인수의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간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우주항공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KAI와 협력 방안을 강구하면서 KAI 지분을 인수해왔다"며 “최근에는 인수한 KAI 지분이 15%를 넘겨 공정위에 기업 결합 심사를 신청했고 승인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그룹은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KAI와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며 “공정위의 신속한 심사·승인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한화그룹이 자사의 발사체·위성·엔진 역량에 KAI의 체계 종합 역량을 결합해 2040년까지 55조 원을 투자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KAI 노조는 한화그룹의 인수 명분인 '방산 대형화·수직 계열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결사 저지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2일 공정위 앞 집회에 이어 7일 '방산 대형화의 함정'이라는 7쪽 분량의 심층 입장문을 내고 한화그룹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조는 대형화가 무조건적인 경쟁력 강화를 담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거대 방산 기업 BAE 시스템즈 사례를 거론하며 “대형화 과정에서 수많은 독자 완제기 제조사들이 통폐합되며 기술이 단절됐고 결국 독자 완제기 개발 능력이 퇴화했다"고 지적했다.
재무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민간 그룹에 편입될 경우 마진율이 낮은 완제기 개발 부문이 유도무기 등 고마진 사업에 밀려 대한민국 유일의 독자 전투기 개발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화그룹이 시너지로 내세우는 '패키지(수직 계열화) 수출'에 대해서도 억지 논리라고 일축했다.
노조는 “전 세계 어떤 항공기 제조사도 전투기와 엔진을 수직 계열화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위치에서 최적의 장비를 선택해야 기체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전 검증까지 15년 이상 소요되는 초창기 국산 엔진을 패키지로 강요할 경우 오히려 완제기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미 해군 훈련기(UJTS) 입찰 포기 역시 미국의 까다로운 자국산 우선 조달 규정(Buy American) 탓일 뿐, 한화그룹의 인수 여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의 '단기 실적주의'와 방산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도 쟁점화했다. 노조는 한화그룹이 도심 항공 교통(UAM) 파트너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기 수익성 악화로 5년여 만에 손실 처리한 사례를 짚으며 “수십 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항공우주산업에 치명적 위험 요소"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한화그룹이 KAI까지 품어 주요 방산 매출의 70%를 싹쓸이하면 국가 안보가 '단일 실패점' 위험에 노출된다"며 “수직 계열화 명목 아래 한화 계열사 부품 채택을 우선시하는 내부 거래가 고착화되면 지난 30년간 KAI와 동반 성장해 온 중소 방산 부품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국내 항공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