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는 캐나다 주권도 무시”
무역갈등·51번째 주 발언 거론하며 美·캐나다 균열 부각
전날엔 한국에 한글 경고…“군사 참여 땐 심각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로이터/연합)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을 지지한 캐나다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정치·경제적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 힘을 싣자, 이란이 '왜 미국 편에 서느냐'는 취지로 압박한 것이다. 최근 한국에 이어 캐나다를 상대로도 미국과의 갈등을 부각하며 동맹 내부의 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주권과 독립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캐나다 전체를 미국의 일부로 묘사한 바로 그날, 캐나다의 외무·재무 장관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이웃 국가를 또다시 달래는 길을 선택했다"며 “이번에는 우리 지역의 상황에 관한 모든 상황을 왜곡한 성명을 통해 이란을 겨냥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란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압박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노력에 대한 지원과, 미국 주도의 '경제적 왕따 작전'에 따라 발표된 조치를 포함한 대이란 제재의 지속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가이 대변인은 “캐나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침략 전쟁을 시작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 있었고 안전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캐나다는 미국의 군사적 공격과 불법적이고 개입주의적인 행동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평화와 안보', '항행의 자유', '국제법'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항행의 자유가 정말 문제라면, 미국의 불성실함을 직접 경험했고 미국의 서명은 '연필로 쓰인 것'과 같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캐나다가 왜 미국의 적대 행위와 봉쇄, 경제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대신 지지하는 길을 택하느냐"고 반문했다.
▲사진=트루스소셜
실제로 캐나다와 미국 간 무역협상은 지난달 결렬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당시 미국의 요구가 지나쳤다며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고, 너무 적은 것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무역협상 결렬 이후 미국은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이에 맞서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바가이 대변인은 “이는 외교도 아니고 책임 있는 국가 운영도 아니다"며 “전략적 혼란과 협박에 대한 굴복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선택은 캐나다 자신조차 미국의 괴롭힘과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이미지까지 거론하며 캐나다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이미지에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쿠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 미국 영토로 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들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왔고, 덴마크의 반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겠다는 주장도 거듭해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이미지(사진=엑스)
이란은 캐나다뿐 아니라 한국을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바가이 대변인은 전날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비롯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한글로 작성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권과 책임을 가진 어떠한 국가도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굴복해 위대한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침략 행위와 끔찍한 범죄의 공모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가이 대변인이 한글로 올린 엑스 게시물에는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성 문구가 담긴 이미지도 함께 게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