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무력화” 트럼프의 오판?…중동 확전에 ‘유가 120달러’ 경고 [이슈+]

박성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9 14:51

호르무즈 넘어 사우디까지 전선 확대
공방전 이어가는 美·이란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 100달러 눈앞
‘치킨 게임’에 무력충돌 장기화 전망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미국과 이란이 보복과 맞보복의 악순환을 이어가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마저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공격해 7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 및 전력 시설도 타격 목표에 포함됐다. 후티 반군의 이번 공격은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같은 날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던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이틀간 탄도미사일로 미 군함을 두 차례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취재진에게 “이란은 계속해서 미국 해군 함정을 공격하려 하고 있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거나 시도할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9일 성명을 통해 요르단 알아즈라크에 있는 미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미군기지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요르단 정부의 설명은 달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요르단군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20발 가운데 18발을 방공망으로 요격했으며 나머지 2발은 거주지역에서 떨어진 곳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미 해군 구축함 2척에도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또 자국 유조선을 향한 미군의 공격에 책임을 물어 쿠웨이트와 바레인 항구에 있는 유조선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IRAN-CRISIS/CENTCOM

▲8일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 속 이란 유조선이 타격받은 후의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 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다시 격화했다. 이후 이란이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관련 표적과 이란 유조선 등을 잇따라 타격하면서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복과 맞보복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對)이란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 대규모 군사작전을 줄이는 대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에 무게를 실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대이란 경제압박으로 인해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란은 여전히 주변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연쇄 공격이 군사작전에서 지속적인 경제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던 미국의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은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호르무즈 해협에만 머물지 않고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석유시설과 홍해까지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audi Oil Refinery

▲8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브하에 위치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분배 센터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사진=AP/연합)

이를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최대 배럴당 99.68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서만 60% 이상 급등했으며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최근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해당 전망을 재확인했다.


단 스트루이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 총괄은 이날 CNBC 방송에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원유 수출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정체되고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상승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분명히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공격 범위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를 겨루는 '치킨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로이터는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의지의 대결로 바뀌고 있다며, 양측이 상호 봉쇄와 경제적 압박을 통해 상대방을 먼저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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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국제부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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