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골라 가짜 양주 먹이고 계좌 털고…35억 챙긴 서면 조직

조탁만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9 14:15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구소간 총책인 30대 A씨를 포함해 조직원 45명을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구소간 총책인 30대 A씨를 포함해 조직원 45명을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부산경찰청.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술에 취한 남성을 유흥주점으로 데려가 가짜 양주를 먹인 뒤 휴대전화 비밀번호까지 알아내 돈을 빼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서면 일대 유흥주점 5곳을 거점으로 35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고, 조직원에게는 폭행과 감금까지 일삼았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구소간 총책인 30대 A씨를 포함해 조직원 45명을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여성 접객원을 공급한 무등록 보도업체 대표 16명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 해외로 달아난 공범 2명은 인터폴 적색수배했다. 사건 관련자 63명 가운데 61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4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만취한 남성에게 주점으로 데리고 와 가짜 양주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거리에서 만취한 남성을 골라 주점으로 데려오는 호객꾼, 술을 권하는 여성 접객원, 가짜 양주를 만드는 웨이터 등 역할을 나눴다.


손님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웨이터가 움직였다. 남은 양주에 홍차 등을 섞어 가짜 양주를 만들고 새 술인 것처럼 손님에게 내놨다. 여성 접객원은 손님에게 계속 술을 권했다.



손님이 취해 정신을 잃으면 더 대담해졌다. 이들은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카드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면서 휴대전화 패턴과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술을 더 마신 것처럼 꾸며 손님의 계좌에서 돈을 빼거나 현금을 인출했다.


빈 양주병을 테이블에 늘어놓는 수법도 썼다. 실제로 마신 양보다 많은 술을 주문한 것처럼 꾸며 술값을 부풀렸다.


경찰은 영업장부와 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해 이들이 올린 가짜 양주 판매액이 35억원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는 자신이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만취 상태라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유흥업소에 갔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설득해 58명의 진술을 받았고, 현재까지 1억원 상당의 피해를 확인했다.



조직 안에서는 폭력이 벌어졌다.


폭력조직 출신 관리자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도망치려는 조직원을 가혹하게 다뤘다. 경찰은 조직원에게 무거운 원판을 들고 러닝머신을 계속 뛰게 하거나 장시간 달리게 한 영상을 확보했다.


얼음물을 채운 욕조에 강제로 들어가게 하고 사우나에서 장시간 버티게 하기도 했다. 야구방망이와 망치를 이용한 폭행도 벌어졌다. 한 조직원은 망치에 맞아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다.


조직원들의 휴대전화도 감시했다. 경찰에 신고한 조직원을 차량에 가둬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게 한 정황도 나왔다.


이를 견디지 못한 조직원 6명이 결국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총책이 신고 사실을 알아내면서 신고자들이 다시 감금될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차량을 추적해 총책을 붙잡았다. 이후 조직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수사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입맞추기'도 드러났다. 일부 조직원은 총책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진술을 바꿨고, 총책 주도로 카페에 모여 진술을 맞추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며 총책을 포함한 조직원 대부분에게서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로 달아난 공범 2명은 인터폴 적색수배했다. 이들에게 테더(USDT)라는 코인으로 도피자금을 보내려 한 조직원도 붙잡았다. 경찰은 현금 2억원 상당을 압수하고 법원의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범죄수익을 처분하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가짜 양주를 만든 유흥주점 5곳의 무면허 주류 제조 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취객을 노려 돈을 빼내고 조직원에게 폭행과 가혹행위까지 한 조직범죄다"며 “해외 도피자 추적과 추가 가담자 확인, 범죄수익 환수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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