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타임 23개월까지 단축…765kV급은 ‘2년 반’
슬롯 비워두고 자재 선제확보…선별수주 전략 ‘결실’
연내 美 캐파 ‘숨통’…“리드타임 경쟁력 확보 지속”
▲미국 현지 전력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차단기 모습.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북미 초고압변압기 시장을 흔들었다.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선별수주 전략을 통해 발주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리드타임)을 크게 단축하면서다. 고도화에 성공한 빅테크향(向) 수주 레퍼런스를 토대로 북미 고부가 시장 공략을 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지난 14일 글로벌 빅테크가 미국 남·북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신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건립 프로젝트 두 건을 대상으로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을 따냈다. 345킬로볼트(kV)급과 765kV급 초고압변압기 공급 건으로, 계약 규모는 각각 1665억원·2200억원 수준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계약들 모두 리드타임이 3년 안쪽으로 맞춰졌다는 점이다. 효성중공업 공시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서 345kV급은 총 계약기간이 2년 미만(23개월)으로 설정됐다. 765kV급의 경우 계약기간은 2년 반 수준(29개월)으로 나타났다.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계약에서 리드타임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추가 수주 가시성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초고압변압기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특성상 장납기 구조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여기에 글로벌 AIDC 확보 경쟁이 겹치며 시장에선 수급 불균형에 따른 리드타임 장기화 현상이 지속되는 추세다. 업계는 통상 미국향 초고압변압기 리드타임이 3~4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DOE) 역시 지난 3월 변전소와 발전기용 대형변압기의 리드타임이 3년에서 최대 4년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급 불균형은 효성중공업의 기존 수주에서도 확인된다. 회사는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미국향 765kV급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7871억원 규모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의 종료시점은 2031년으로, 5년 뒤 인도 물량까지 계약이 체결돼 현지 업체의 변압기 공급처 확보 열기를 드러낸 사례로 꼽혔다.
이처럼 미국 내 구조적 변압기 공급부족 현상이 굳어지는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선별수주 전략을 본격화함으로써 리드타임 단축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고부가 프로젝트를 겨냥해 생산 슬롯을 미리 빼두고, 변압기 핵심 자재를 선제 확보해 리드타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 공급계약이 실제로 체결되기에 앞서, 해당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과 중요도가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사전에 생산 슬롯을 배정해두고 장납기 핵심 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덕에 리드타임을 기존 대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이 이번 빅테크 대상 계약에서 자사의 납기 경쟁력을 입증하며 미국 빅테크향 추가 수주 가시성을 끌어올린 가운데, 이 같은 고부가 선별수주 전략은 한동안 효성중공업의 핵심 사업전략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의 2차 증설이 연내 마무리되며 사실상 풀가동 중인 효성중공업의 변압기 생산시설 캐파에 숨통이 트일 예정인 상황에서 수급 불균형 구조가 지속되는 만큼, 2차 증설분 캐파 활용도에 따라 회사의 수익성 개선 폭도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
효성중공업 역시 전략적 판단 아래 고부가 선별수주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수주 건에 선별수주 전략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프로젝트 중요도에 따라 생산 슬롯과 자재 확보를 전략적으로 운영해 경쟁력 있는 리드타임을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