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속도에 환승 대기만 최대 90분, 셔틀 끊긴 선착장
서울시 “50만명 돌파, 만족도 97%”…현장 체감은 달라
주말 이용객 절반 육박…관광 수요 쪽으로 무게 쏠려
▲여의도에서 마곡으로 향하는 한강버스를 이용하는 탑승객들. 사진=김가현 인턴기자
“취지는 좋았지만 실패작이다. 이걸 누가 대중교통으로 타겠나."
16일 오전 서울 뚝섬 선착장. 친구 4명과 한강버스에 오른 이원구(75)씨가 여의도행 배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씨의 목적지는 마곡이었다. 오전 11시17분 뚝섬에서 배를 타고 여의도에서 내려 환승 배를 기다렸다. 마곡행 배에 오른 시간은 오후 1시12분, 마곡 선착장에 내린 시간은 오후 1시53분이었다. 뚝섬에서 마곡까지 모두 2시간36분이 걸린 셈이다.
같은 구간을 지하철로 이동하면 약 1시간8분이면 충분하다. 이씨는 “여의도에서만 40여 분을 기다렸다"며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고 했다.
한강버스가 9월 18일 정식 운항 1년을 맞는다. “출퇴근 교통혁신"을 내걸고 출발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느린 속도와 긴 배차 간격, 불편한 환승, 부족한 선착장 접근성이 겹치면서 실제 이동수단으로 삼기엔 부담스럽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오간다. 서울시는 한강 수상교통으로 출퇴근 혼잡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실제 운항 속도는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 도입 당시 서울시가 밝힌 목표 속도는 20노트(시속 37㎞)였다. 실제 운항 속도는 12~16노트에 그친다.
속도가 느린 만큼 소요 시간도 길다. 마곡에서 여의도까지 한강버스로 약 41분이 걸린다. 같은 구간 지하철은 17분이면 된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한강버스로 80~85분, 지하철로는 40~54분이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전 구간을 합치면 한강버스로 약 127분, 지하철로는 약 67분이 걸린다. 한강버스가 한 시간가량 더 걸리는 셈이다.
운행 시작 시간도 이르다고 보기 어렵다. 첫 배는 오전 11시에 뜬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오전 9시대에는 탈 수 있는 배가 아예 없다.
배차 간격은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30분까지 벌어진다. 지난 3월부터는 수요가 몰리는 여의도를 기준으로 동·서부 구간을 나눠 운행하고 있다. 잠실~여의도, 마곡~여의도로 노선이 쪼개지면서 잠실에서 마곡으로 가려면 여의도에서 반드시 갈아타야 한다.
▲16일 오후 여의도에서 잠실 방향으로 운항 중인 한강버스 내부.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빈 좌석이 눈에 띈다. 사진=이용욱 인턴기자
환승 대기가 만만치 않다. 16일 잠실에서 오전 11시 첫차를 탄 뒤 여의도에서 마곡행 배로 갈아타기까지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시간대에 따라 대기는 더 길어진다. 잠실에서 오후 2시 배를 타면 여의도 도착까지 약 1시간22분이 걸리고, 이후 마곡행 배를 타려면 최대 1시간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이날 오후 12시50분쯤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도 잠실행 배를 타기까지 약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오후 1시35분 출발하는 배에야 오를 수 있었다.
서울시 수상교통사업과장은 배차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배와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착장까지 가는 길도 이용객들이 꼽는 불편 중 하나다. 마곡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9호선 양천향교역까지는 도보로 12~15분이 걸린다. 연계 버스인 6611번도 배차 간격이 11~15분에 달하고 정체 구간을 지난다.
이날 한강버스를 처음 이용한 안향숙(58)씨는 “관광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용으로는 안 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착장에 내려서 또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 하는 게 번거롭다"며 “선착장에서 인근 역까지 바로 연결됐으면 대중교통으로도 많이 탔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와 운영사인 ㈜한강버스는 마곡·잠실·압구정 선착장에서 인근 지하철역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탑승객이 적어 비용 부담만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달부터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 제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무료 셔틀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명 안팎이었다. 반면 운영에 들어간 고정비는 약 4600만원이었다. 서울시청 수상교통사업과 관계자는 “탑승 인원이 적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비용 부담도 컸다"며 “당장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강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이용객 반응은 목적에 따라 크게 갈렸다. 잠실에서 배에 오른 A씨(78)는 “한강 경치는 좋지만 버스로서의 기능은 없다"며 “대중교통이 아니라 차라리 한강 유람선으로 성격을 바꾸는 게 맞다"고 했다. 선착장에서 만난 B씨(50대)는 “이미 예산이 대거 투입된 사업이라 중단하면 비판을 받을 테니 계속 끌고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한강을 보며 이동하는 경험 자체에는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6세 아이와 나들이를 나온 김종희(36)씨는 “한강을 구경하려고 처음 탔다"며 “아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3000원인 요금에 대해서도 “저렴하다. 5000원까지 올라도 탈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처음 탑승한 김주희(35)씨도 “다음에 아이랑 같이 타도 좋을 것 같다"며 “환승이 되니까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온 40대 여행객은 “첫 서울 여행 중에 탔다"며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탈 의향이 있다"고 했다. 동승했던 다른 이용객도 “출퇴근 시간에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강을 보며 이동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누적 이용객 50만 명 돌파와 만족도 97%를 앞세워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홍보한다. 도입 당시 지적됐던 구명조끼 비치 등 안전 문제는 개선됐다.
▲16일 한강버스 여의도선착장에서 탑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사진=조채운 인턴기자
그러나 이용 패턴을 뜯어보면 온도차가 있다. 누적 탑승객 50만 명 중 토·일요일 이용객 비중은 49~51%에 달한다. 서울시는 저녁 야간 운항을 늘리고 주말·공휴일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등 여가 수요에 맞춰 방향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출퇴근용과 관광용 이용객 비율을 묻는 질문에 수상교통사업과장은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10일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1년 정도 시민들이 경험한 뒤 평가를 내려야 한다"며 “1년 안에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나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1년을 맞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늦은 첫차와 긴 배차 간격에 대해 “배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충원해 단기적으로 운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운항 1년을 맞은 한강버스가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운항 횟수와 환승 편의, 선착장 접근성을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출퇴근 교통 체증 해소라는 도입 명분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저가 유람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