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핵안보전략포럼 총서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5·6’ 동시 출간
핵잠수함 도입의 실질적 해법·‘핵잠재력’ 통한 생존 마스터 플랜 제시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제5권 '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과 제6권 '에너지 안보와 핵잠재력' 사진=블루앤노트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위협이 지상과 공중을 넘어 바다 밑으로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갖추고도 핵심 연료는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안보·에너지 딜레마'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치밀한 핵안보 전략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 두 권의 묵직한 신간이 나란히 출간됐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이 엮어낸 총서 시리즈 제5권 '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과 제6권 '에너지 안보와 핵잠재력'(블루앤노트 펴냄)이다. 두 책은 자체 핵무장이나 핵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감정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외교·기술·제도를 아우르는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 요격보다 '추적'이 먼저다…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5권)
북한이 전략 핵잠수함(SSBN)과 핵탄두 탑재 잠수함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미사일이 발사된 후 쏘아 맞추는 '요격' 중심의 방어 체계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5권은 이 빈틈을 메우기 위해 수중으로 사라진 적 잠수함을 끝까지 쫓아갈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흔히 오해하는 '핵무장(핵탄두 탑재)'과 '핵추진(원자로 동력)'을 명확히 분리한다. 한국에 당장 필요한 전력은 전략적 핵보복을 위한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원자로를 동력으로 하되 재래식 무장을 갖추고 적 잠수함을 장기간 은밀하게 추적·억제할 비핵무장 공격 핵추진 잠수함(SSN)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핵잠수함 도입을 '배 한 척을 건조하는 일'이 아닌 △인력 양성 △정비 △지휘·통제 △외교적 조율까지 아우르는 '수십 년짜리 국가 시스템 구축'으로 바라본다.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7개국의 개발 사례를 분석한 연구진은 “미국이 저농축 우라늄(LEU) 연료 공급과 제도적 문을 열고 프랑스가 건조 시간과 운용 위험을 줄이는 파트너로 참여하는" 현실적인 한미·한불 투트랙(Two-track) 협력 모델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 에너지 주권 없는 안보 주권은 없다…에너지 안보와 핵잠재력(6권)
원전 독자 설계·수출 강국인 대한민국은 왜 핵연료 공급망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6권은 이른바 '원전 강국의 역설'을 뼈아프게 파고든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이다. 이는 당장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다가오는 심각한 안보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국가가 방어와 억제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과 기술·산업적 기반을 책임 있게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농축과 재처리 역량 확보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2030년대 사용후 핵연료 저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자 곧 '에너지 주권'이라고 역설한다.
책은 한미 원자력 협정의 명암을 분석하는 한편, 다국적 농축기업 유렌코(URENCO) 및 프랑스와의 실질적인 협력 등 동맹국 미국과의 조율 속에서 실리를 챙길 현실적 로드맵을 모색한다. 나아가 과거 박정희 정부와 대만의 핵개발 실패 사례를 통해 내부 정보 보안과 미국의 압박 등 '지도자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국가 전략의 엄중함을 일깨운다. 또한 미국 확장억제의 대안으로 한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이 참여하는 '전략적 중강국 5개국 안보협력체(SMP5)' 구상을 새롭게 제안하며 안보 아키텍처의 수동적 수혜자에서 능동적 설계자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의 '선택 능력'을 묻다"
정성장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세종연구소 부소장)를 비롯해 외교·안보·군사·원자력 등 각계 최고 전문가 18명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이번 신간은 안보 위협은 눈앞에 다가왔고, 방패를 준비할 시간은 부족하다는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두 권의 책은 “무엇을 가질 것인가"라는 일차원적 질문을 뛰어넘어 '어떤 법적·외교적 틀 속에서 누구와 협력해 안전하게 능력을 축적하고 운용할 것인가'를 묻고 답한다.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정책 입안자와 오피니언 리더, 안보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훌륭한 전략적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