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항공업계 지각변동…최후 승부처는 ‘볼륨’ 아닌 ‘재무 건전성’

박규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17 15:47

VIG 에어프레미아 인수 추진에 대형화 경쟁 가속
장거리 확대 뒤 리스 부채·금융 비용 부담 증가세
제주항공, 구매기 도입 계획 기존 40대서 8대 축소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국적 항공기들이 서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 터미널에 국적 항공기들이 서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인수·합병(M&A)과 장거리 노선 확대로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재무 건전성이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와 노선을 늘려 매출을 확대하더라도 고정비와 금융 비용이 함께 불어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반면 제주항공은 신규 구매기 도입 물량을 줄이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며 투자 부담 조정에 나섰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반기 보고서·감사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여객 매출 호조 속에서도 원가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외화내빈(外華內貧)'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자본총계가 434억원으로 회복됐지만 영업손실 20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472억원에는 이연 법인세 자산 변동 등에 따른 법인세 수익 1117억원이 반영됐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AP홀딩스·타이어뱅크 측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며 실사에 착수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중·단거리 중심의 이스타항공에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망을 더할 수 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1조2238억원이다.


에어프레미아도 매출 증가가 재무 구조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5936억원으로 전년보다 20.8%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407억원 흑자에서 31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연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71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고, 리스 부채는 1조505억원에 달했다. 현금·현금성자산은 788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감소했다. 회사는 작년 감사 보고서를 통해 올해 감자와 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 계획을 제시했다.



두 회사는 비상장사인 만큼 재무 수치는 지난해 말 기준 올해 상반기 실적과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시점 차이가 있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기존 항공사와 신규 사업자의 장거리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트리니티항공'으로 간판을 바꾸고 단거리 운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장거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선택형 서비스 항공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생 파라타항공도 내년 4월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을 시작으로 북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단거리 시장의 경쟁을 피해 운항 영역과 고객층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문제는 확장에 필요한 자금이다. 대형기 도입에는 구매 대금이나 리스료뿐 아니라 정비·보험·인력 비용이 뒤따른다. 신규 노선의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도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수 대금에 차입을 활용하면 이자가 발생하고, 인수 이후에도 시스템과 운항 체계 통합에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



트리니티항공의 올해 상반기 연결 실적은 외형 성장과 비용 부담을 함께 보여준다. 매출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2% 증가했지만 매출 원가가 1조1316억원으로 매출을 넘어섰다. 영업손실은 1628억원, 순손실은 2281억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환율과 유가 변동은 부담을 더한다.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원화 환산 부담이 커진다. 유가 상승은 연료비를 직접 끌어올린다. 외화 부채의 환산 손실은 인식 시점에 같은 금액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항목은 아니지만 자본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시정 조치로 이관받은 인천-로마·파리·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과 밴쿠버 등 중장거리 노선에 공격적으로 취항하면서 인건비·항공기 리스료·지상 조업비 등 초기 고정비 부담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6월 말 연결 리스 부채는 8239억원으로 지난해 말 6382억원보다 증가했다. 전체 부채도 1조8203억원에서 2조924억원으로 늘었다.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3498.6%에서 2311.6%로 낮아졌지만 이는 부채 축소보다 자본 확충의 영향이 컸다. 상반기 유상증자와 신종 자본 증권 발행으로 각각 1526억원과 1100억원이 유입됐다.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26억원 순유입에 그쳤고 재무 활동으로 분류된 이자 지급과 리스 부채 상환에는 각각 383억원과 810억원이 사용됐다.


파라타항공은 상반기 762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매출 원가가 1340억 원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큰 수익 구조를 보였다. 항공유 매입(501억 원 지출)과 리스 비용 등 고정비 폭탄이 떨어지면서 모회사의 실적을 크게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위닉스의 이익잉여금은 결손금(-102억 원)으로 전환됐고,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1461억 원에서 상반기 말 708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파라타항공은 하반기 5호기를 도입하고 중국 노선 취항 및 미주 환승 네트워크를 구축해 하이브리드 LCC 모델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항공사 역시 재무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항공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31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3% 감소했다. 이자 비용 4420억원 대비 이자 보상 배율은 약 0.70배였다.


같은 기간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5245억 원으로 견조한 여객 수요에 힘입어 외형을 유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4086억 원, 당기순손실 6588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우회 항로 이용 증가 및 고유가로 인한 유류비 부담 가중이다. 아울러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 승인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알짜 사업인 화물본부를 에어제타(구 에어인천)에 매각하면서 해당 부문 매출이 과거 대비 크게 쪼그라들어 올해 상반기 1767억 원에 그친 점도 수익성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은 확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보잉 737-8 확정 구매계약 40대 가운데 8대를 취소해 도입 물량을 32대로 줄였다. 향후 항공기 확보에 투입할 자금을 줄이는 조치로, 취소분의 기지급액 환급은 7월 완료됐다.


비핵심 자산의 현금화도 추진했다. 정보기술 자회사 에이케이아이에스 지분 처분은 상반기 중 완료했고 호텔 사업 관련 자산·권리 등을 540억원에 양도하는 거래와 항공기 3대 추가 매각을 결의했다. 다만 호텔과 추가 매각 항공기는 6월 말 기준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돼 해당 대금이 모두 상반기에 유입된 것은 아니다.


영업 지표는 개선됐다. 제주항공의 상반기 연결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744억원 적자에서 24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영업 활동 현금 흐름도 1256억원 순유출에서 1489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구매 계약 축소와 자산 매각은 이와 같은 영업 현금 회복에 더해 향후 투자 부담을 낮추는 조치다.


그러나 재무 부담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제주항공의 6월 말 연결 부채비율은 1009.0%로 지난해 말 754.4%보다 상승했고, 리스 부채 또한 7266억원에서 8857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순손실은 325억원이었다. 투자와 상환 지출이 이어지면서 보유 현금도 지난해 말보다 감소했다.


항공사들의 대형화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늘어난 기단과 노선이 지속적인 이익과 현금으로 이어져야 한다. 증자와 자산 매각은 자금을 보완할 수 있지만 영업 현금 창출을 계속 대신할 수는 없다. 통합과 장거리 확대를 추진하는 항공사뿐 아니라 투자 속도를 낮춘 제주항공에도 이자·리스 원금·투자비를 감당할 수익성 확보가 공통 과제로 남아 있다.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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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산업부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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