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에 무슨 일이…내홍 속 DS가 더 단단해진 이유

김하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18 17:33

DS 주요 사업장 후보 5명 전원 당선…초기업노조 재편 속도
가입 자격 DS로 제한 추진…내년부터 동행노조와 분리 교섭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DS부문 정책위원회 2차 회의

▲지난 8월 2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DS부문 정책위원회 2차 회의에서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대하 천안·온양사업장, 정경준 DSR, 최승호 평택사업장, 김성동 기흥사업장, 서장훈 화성사업장 후보. 이들 5명은 18일 확정된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서 모두 당선됐다. 사진=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반도체(DS) 부문에서 조직 기반을 빠르게 다지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서 조합이 낸 DS부문 공식 후보 5명이 사업장별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되면서다. 위원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간부 불신임 투표, 다른 노조와의 마찰 등 내홍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조직 재편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날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장별 선거구 단위로 치러졌다. 초기업노조 공식 후보들은 평택(최승호 위원장·득표율 94.0%), 기흥(김성동·39.7%), DSR(정경준·66.3%), 화성(서장훈·82.3%), 천안·온양(황대하·61.0%) 등 출마한 5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승호 위원장은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초기업노조가 낸 후보 5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당선되어 고무적"이라며 “9월 말 예정된 전사근로자대표 확보까지 최선을 다하고, 27년 임단협에 사업장 대표 모두 교섭위원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SELU 대표자 회의체'를 가동해 전사 근로자대표 권한 확보, 노조 운영계획, 사업장별 노사 소통채널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전원 당선은 초기업노조가 올 들어 DS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온 흐름과 맞물린다. 조합에 따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 비중은 5개월 만에 28%에서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지난 5월 성과급 협상에서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된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에 그치면서, 부문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조합원 이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도 이에 반발해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회를 열어 신규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임직원으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DX부문 조합원의 자격은 유지되지만 신규 가입은 막힌다. 노조 측은 “조직 대상을 DS부문 소속 근로자로 명확히 해 조직 운영과 단체교섭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는 2027년 임금교섭부터 동행노조와 분리 교섭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초기업노조 엄벌 탄원서

▲이원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광주지회장이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최승호 위원장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 지회장이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초기업노조 엄벌 탄원서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동행노조

조직 재편이 속도를 내는 사이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조합 회계를 맡아온 이송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의 조합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며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조합비 약 4억2596만원이 카드로 결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포인트가 최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250만원이 법인·개인카드로 나뉘어 결제됐지만 관련 혜택이 조합에 귀속된 기록이 없고, 동탄 롯데백화점에서 조합 물품을 구매한 영수증 41건에는 '최*호' 명의로 약 11만 포인트가 적립된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수사기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은 초기업노조가 올해 3~4월 집회용 물품 구매에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약 3억6793만원 규모로 계약한 사실을 공개하며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물품 운반 과정에서 처남의 트럭을 대여했다는 대화 내역과 20만원 상당 상품권이 지급된 정황도 함께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복수 업체의 가격·납기 등을 비교해 선정한 것이며 자신이나 친족에게 부당한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 시민단체는 최 위원장을 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초기업노조는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이 장인 업체 계약 내용을 외부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지난 16일부터 전자투표에 부쳐졌으며, 사유로는 '노조 와해 작업'이 거론됐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노조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은 모두 DX부문 소속으로, 초기업노조 측은 두 사람이 DS 중심 조직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이 “광주로 돌아가라"는 말을 계속 해왔다며 이를 사실상 노조 활동 중단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4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부 대화방에서 최 위원장과 삼성전자 임직원을 겨냥한 폭력적·비하성 발언이 오갔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 대화방 기록 보존을 요구했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로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했다는 '노조 블랙리스트'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동행노조는 엄벌 탄원서 1만2000건 이상을 확보했고, 초기업노조는 이에 맞서 전자서명업체 이용에 조합비 약 2000만원을 책정하며 선처 탄원서 3만건을 목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 간 공문을 주고받고 탄원서로 맞서는 모습은 국내 대기업 노동운동에서도 이례적"이라며 “내부 파열음이 길어질수록 외부에는 조직 관리 실패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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