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23일 ITS 세계총회…90개국·연인원 6만명 목표
인구 20만 관광도시 전체가 실증무대…359개 교차로 온라인 연결
434개 전시부스 ‘완판’·405회 비즈니스 미팅…K-ITS 수출전 겨냥
평창올림픽 경기장 전시장 변신…926억원 컨벤션센터 MICE 자산으로
▲18일 강원 강릉시 강릉 올림픽파크 내에 들어선 강릉컨벤션센터 전경. 총공사비 약 926억원을 투입해 건립된 이곳은 다음달 19~23일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의 개·폐회식과 공식회의, 학술세션 등이 열리는 주 행사장으로 활용된다. 사진=장혜원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빙상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던 강릉 올림픽파크가 8년 만에 세계 첨단교통기술의 경연장으로 변신한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스마트 교통 인프라를 선보이는 대형 전시장으로 바뀌고 그 옆에는 총공사비 926억원을 투입한 강릉컨벤션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다음달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를 한 달 앞두고 찾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 총회의 무대는 행사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 교차로와 횡단보도,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부터 자율주행차까지 강릉 도심 전체가 한국의 지능형교통체계(ITS)를 세계에 보여주는 거대한 실증무대가 된다.
국토교통부와 강릉시는 이를 통해 국내 ITS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ITS 세계총회는 첨단교통기술을 활용해 교통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교통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ITS 분야 최대 규모의 전시·학술행사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교통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한국 개최는 1998년 서울과 2010년 부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윤영 국토부 첨단도로교통과 팀장은 지난 17일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릉 ITS 세계총회는 우리의 ITS 기술과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하나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기업과 기술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7일 강원 강릉시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준비 현황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총회 준비 상황과 주요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영 국토교통부 첨단도로교통과 팀장, 이동기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사진=장혜원 기자
90개국·6만명 강릉으로…AI·자율주행 기술 한자리에
올해 총회는 'Beyond Mobility, Connected World(이동성을 넘어, 연결된 세계)'를 주제로 강릉 올림픽파크 일원에서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90개국, 연인원 6만명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대로 개최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ITS 세계총회가 될 것이라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17일 간담회에서 조직위가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당시까지 참가 등록자는 3180명으로 국내 2144명, 해외 1036명이다. 현재 참가 등록 국가는 70개국이며 조직위는 총회 개최 때까지 90개국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사는 단순한 기술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개·폐회식을 비롯해 장관회의와 학술회의, 전시, 기술시연·시찰, 정책토론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이 닷새 동안 이어진다.
학술 프로그램은 총 193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논문은 당초 목표인 300편을 웃도는 449편이 접수됐다.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인프라 등 미래 교통체계의 발전 방향을 놓고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다.
총회 기간 올림픽파크 전체도 거대한 ITS 행사장으로 바뀐다. 새로 건립된 강릉컨벤션센터에서는 개·폐회식과 공식회의, 학술세션이 열리고 평창올림픽 당시 경기장으로 쓰였던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하키센터 주차장에서는 ITS 기술 시연이 진행되며 올림픽파크 야외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대행사가 열린다.
▲18일 강원 강릉시 강릉올림픽파크 내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전시장이 조성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상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오는 10월 세계 각국의 첨단 교통기술을 선보이는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사진=장혜원 기자
관광객 3500만명 찾는 중소도시…강릉 전체가 'ITS 쇼룸'
강릉 총회가 앞선 서울·부산 총회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개최지가 인구 20만명대 중소 관광도시라는 점이다.
강릉은 상주 인구에 비해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간담회에서 국토부는 강릉의 인구가 약 20만5000명인 반면 연간 방문객은 약 350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여름 피서철이나 연휴에는 한정된 도로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중소 관광도시가 ITS를 활용해 급증하는 교통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이미 도시 전역에 ITS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359개 교차로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으며 스마트 교차로와 스마트 횡단보도, 실시간 신호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차량이 강릉에 진입하면 카카오내비와 네이버지도, 티맵, 현대 블루링크 등을 통해 실시간 신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관광 성수기처럼 교통량이 일시에 늘어날 경우 스마트 교차로 등을 활용해 신호체계를 조정함으로써 한정된 도로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AI가 기존 ITS와 결합하면서 교통관리 방식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CCTV와 센서가 교통량을 파악하면 관제센터에서 이를 확인해 신호주기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AI 기반 신호제어 시스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교통량을 측정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필요한 신호시간까지 판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긴급차량의 이동을 돕는 기술도 있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접근할 경우 정해진 신호주기와 관계없이 우선신호를 부여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보행자 안전에도 ITS가 활용된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어린이나 고령자 등이 정해진 시간 안에 길을 건너지 못하고 횡단보도에 남아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해 보행신호 시간을 연장한다. 조직위는 총회 기간 해외 참가자들이 강릉 시내를 직접 둘러보며 이 같은 ITS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기존 ITS가 도로상의 정보를 취합해 일반에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면 현재 ITS는 AI와 접목해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강원 강릉시 강릉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대한교통학회 제95회 학술발표회 만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강릉컨벤션센터는 오는 10월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의 주요 행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장혜원 기자
434개 부스 '완판'…기술전시 넘어 K-ITS 수출 상담장으로
정부와 조직위가 이번 총회에서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국내 ITS 기업의 해외 진출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434개 부스는 판매가 모두 완료됐다. 해외 37개 기관과 국내 72개 기관이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단순히 국내 기술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정부·기관·기업과 국내 기업이 실제 사업을 논의할 수 있도록 별도의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장 내 컨퍼런스 스테이지에서는 국내외 기업들이 기술과 사업모델을 소개하는 27차례의 발표 세션이 진행된다. 별도의 비즈니스 매칭 공간에서는 해외 기관·기업과 국내 기업을 사전에 연결해 총회 기간 약 405회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눈으로 보는 기술 전시뿐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릉 시내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보는 프로그램과 자동 주차로봇 등의 시연이 진행된다. 하키센터 인근 주차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10여개의 기술시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조직위에 따르면 강릉에는 2021년 이후 국비 등을 포함해 약 1000억원이 투입돼 최신 ITS 시설이 구축됐다. 총회 참가자들은 도시정보센터를 방문하거나 직접 차량을 타고 강릉 도심을 이동하며 실제 운영 중인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 앞선 ITS 세계총회를 해외 진출의 계기로 활용한 경험도 있다. 2010년 부산 총회 이후 국내 기업이 콜롬비아 보고타 버스정보시스템(BIS)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이번 총회를 단순 국제행사가 아닌 'K-ITS 수출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이유다.
▲18일 강원 강릉시 강릉올림픽파크 내 강릉하키센터 전경.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사용된 이곳은 다음달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기간 올림픽 유산을 활용한 행사 공간으로 쓰인다. 사진=장혜원 기자
926억원 컨벤션센터 준공…올림픽 유산, MICE 자산으로
총회를 위해 새로 지은 강릉컨벤션센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릉시는 총공사비 약 926억원을 투입해 올림픽파크 내에 연면적 약 1만800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 2024년 11월 착공해 올해 7월 준공했다.
중심시설인 컨벤션홀은 약 2300㎡ 규모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이동식 벽체를 활용해 행사 규모에 따라 공간을 분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소 회의실 역시 필요에 따라 공간을 합치거나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로 설계됐다.
무엇보다 기존 올림픽 시설과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컨벤션센터와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아이스아레나가 통합광장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컨벤션센터 옥상정원을 지나 약 200m를 이동하면 전시장으로 활용될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국제행사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사기간을 줄이는 것도 과제였다. 강릉시는 부지 정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건축공사를 별도로 발주하고 설계와 시공 일부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전체 사업기간을 단축했다. 총회에 앞서 교통 관련 학술행사를 실제 개최하며 시설과 설비 운영, 돌발상황 대응체계도 점검하고 있다.
컨벤션센터의 역할은 총회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강릉시는 KTX 개통으로 개선된 접근성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확충된 숙박 인프라에 컨벤션시설까지 더해 향후 국내외 대형회의와 전시를 유치하는 MICE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시는 이번 총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약 1980억원, 고용효과를 약 98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강릉 총회의 성패는 닷새간 국제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을 미래교통 산업과 MICE 인프라로 다시 활용하고, 강릉이라는 중소 관광도시에서 실제 운영되는 ITS 기술을 세계 각국에 보여준 뒤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한 달 뒤 세계 각국의 교통 전문가와 기업인이 강릉에 모이면 한때 빙상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던 올림픽파크에서는 이번에는 AI와 자율주행, 그리고 미래 교통기술의 속도 경쟁이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