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주식 보상안, 정작 실무서 활용 어려워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돌고돌아 현금 보상”
“팔지도 못할 주식, 받으면 당장 부담만 늘어”
“성과조건부 주식에 대한 세제 개편 선행 돼야”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회 벤처스타트업 성장포럼'에 참석했다. 사진=정희순 기자
“스톡옵션이나 성과조건부주식(RSU)을 다 도입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작동 자체가 어려운 구조이더라고요. 세제 개편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작 벤처기업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합니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회 벤처스타트업 성장포럼'에서 벤처·스타트업계가 바라보는 주식 보상을 통한 성과보상제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원티드랩은 2015년 설립된 채용플랫폼 원티드의 운영사로, 지난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회사는 상장 전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지급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를 위해 힘써준 직원들에 대한 나름의 보상안이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썩 달갑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스톡옵션은 미래에 일정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인데, 직원 입장에서 상장 전 기업의 스톡은 종잇조각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 당장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팔 수 있을지도 보장이 안 되는 만큼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은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티드랩은 코스닥 시장 상장 후 직원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RSU로 전환했다. 벤처기업법상 RSU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기 주식을 교부하는 후지급형 보상안이다. 스톡옵션이 스톡을 받은 사람이 미래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라면, RSU는 주식 자체를 부여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RSU로 주식을 부여받은 사람은 받은 즉시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한다는 점이다. 주식을 매각하지 못해도 세금은 발생할 수 있고,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최초 교부 가치 기준으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회사로부터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을 받았는데도 당장 현금화가 안 되고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회사 규모가 작거나 거래량이 적은 기업은 임직원들이 부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것만으로도 회사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직원들도, 회사도 RSU가 부담스러웠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원티드랩은 임직원이 급여 일부로 주식을 매입하고 회사가 할인 또는 매칭 주식을 제공하는 ESPP(Emlpoyee Stock Purchase Plan, 종업원 주식 매입 제도)와 실제 주식 없이 가상의 주식 수 또는 기업 가치에 연동해 현금을 지급하는 팬텀스톡(Phantom Stock, 가상 주식 제도)으로 보상 체계를 다시 바꾸게 됐다.
이 대표는 “주식 보상은 초기 벤처기업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술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현금보수를 지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고 임직원이 기업가치 상승에 참여하게 하는 장기 인센티브 제도인데, 이를 실무적으로는 활용할 수 어려운 상황"이라며 “받은 스톡을 지금보다 쉽게 팔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주식을 받을 때가 아닌 팔 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혁신인재 확보를 위한 벤처기업 성과보상제도 개선'을 주제로 발제한 안희철 법무법인 DLG 변호사는 “RSU 부여대상을 회사 임직원으로만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회사 임직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도 RSU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 이 제도를 인재 영입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RSU의 세제를 개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라며 “RSU 세제 개편의 중요한 출발점이긴 하지만, 전면적인 납세 이연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입법이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