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2022년부터 서울 인허가·착공 절반 감소”…오 시장 책임론 제기
오세훈 “박원순 시절 정비구역 해제가 공급 공백 원인…과정·시차 외면”
“강남 주춤해도 외곽 키 맞추기 상승…대출 규제로 청년 주거사다리 붕괴”
부동산 책임 공방 격화…오 시장 “잘못된 정책 기조 전환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버스노조 파업예고에 따른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감소와 집값 상승의 책임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서울의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오 시장 재임 기간의 공급 위축을 지적하자,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로 인한 공급 공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탓을 해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 주택이 착공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실 리 없다"며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을 해제하며 그 과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분이 박원순 시장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단기적 원인과 관련해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그때부터 2025년까지 공급이 거의 절반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정책을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선을 그었다.
공급 감소 원인 놓고 '오세훈 책임론' 대 '박원순 책임론'
오 시장은 정비사업이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착공 감소를 현 시장의 임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시가 대통령께 제출한 재개발·재건축 경과 보고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만 했어도 오늘과 같은 말씀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고서를 보지 않은 것인지, 보고도 믿고 싶은 내용만 골라 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앞서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의 정비사업 억제 정책을 서울 주택 공급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부는 2022년 이후 실제 인허가·착공 실적이 감소한 점을 들어 현 서울시정의 공급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 흐름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이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이후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시점도 대통령 취임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기회가 될 때마다 오세훈 취임 이후 착공이 줄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서울 집값 상승이 오세훈 때문이라면 제가 왜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왜 계속 하락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인허가·착공 감소와 집값 상승은 금리와 공사비, 정비사업 규제, 대출 정책, 시장 심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특정 정부나 시장 한 명의 책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곽 키 맞추기 외면…청년·신혼부부 주거사다리 위기"
오 시장은 강남권 일부 지역의 가격 조정만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께 강남 몇 곳의 주춤한 가격만 보고 '희망회로'를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서 나타나는 '키 맞추기 상승' 역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고 계신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오 시장은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며 “청년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끊어놓는 것이 균형발전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들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답변 대신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다'라는 남 탓만 들은 셈"이라며 “오세훈 탓을 백 번 해도 좋으니 그중 단 한 번만이라도 집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과 대출 문턱 앞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신혼부부의 현실을 봐달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끝으로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잘못된 확신에 갇혀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시민의 삶이 더 무너지기 전에 자기 확신의 과잉을 거두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