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R&D 시연회서 드론 추락…‘실패’인가 ‘혁신 과정’인가

박규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19 10:51

성공 시연 이은 연쇄 추락 배경엔 개발과정 옥죄는 평가 잣대
기형적 국가 연구 성공률 99%…보신주의 낳은 하향 목표
美, 로켓 폭발에 환호…실패 자산화 통해 혁신 교훈 얻어
제재 감면 법제화 한계점…“면책 없는 사후 감사 두렵다”

자난 16일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개최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고속 제트 무인기가 이륙 후 실속해 정상 궤도

▲자난 16일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개최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고속 제트 무인기가 이륙 후 실속해 정상 궤도를 벗어난 모습. 사진=뉴시스

국방부 주관 기술 시연회에서 무인기가 연이어 추락하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했느냐는 십자포화에 가까운 날선 비난이 당국과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일부 성공적인 시연 사례도 있었으나 아직도 무기체계 연구·개발(R&D) 단계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19일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흠결 없는 성과만을 요구하는 '압축 성장' 패러다임이 연구 현장의 보신주의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미국·일본 등 선도국처럼 실패를 데이터 축적 과정으로 수용하고 '성실 수행 인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난 16일 국방부 주관으로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이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주한 미군·해외 방산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인기 기술 시연이 진행됐다.



이날 시연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기술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한 인공 지능(AI) 기반 무인기 22대의 자율 군집 비행·군집 동시 타격을 선보였다. AI 기반 실시간 자동 표적 식별(ATR) 기술을 적용한 선두 드론 2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10대는 적 방공망 교란을, 나머지 10대는 표적에 수직 강하해 정밀 타격을 완료했다. 또한 AI가 무인기 상태와 임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음성으로 중계하는 'AI 기반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며 1인이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의 국내 모의 전투 비행을 실시했다. 모하비는 45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과 고양력 장치를 장착해 폭이 좁은 전차 기동로에서 200m 미만 이륙, 100m대 착륙을 기록했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야전 운용 능력을 평가받았고 양산 시 국내 생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자체 개발한 인공 지능(AI) 기반 무인기 22대의 자율 군집 비행·군집 동시 타격하는 모습(상단·중단)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글로벌 무인기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이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의 국내 모의 전투 비행 현장. 사진=대한항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하지만 시연회 전체 결과는 이와 달랐다. 당일 계획된 17개 임무 중 6개가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고속제트무인기 1호기는 사출 직후 지상으로 추락했고 2호기는 비행 중 통신이 단절되며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 중소 방산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직충돌 드론·요격 드론 역시 비행 고도를 잃거나 표적 타격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동원된 12개의 민간 드론 중 5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해당 기체들은 전력화가 완료된 양산품이 아닌 기술적 한계를 검증하는 R&D 시험 비행 단계의 시제품이었다. 통제되지 않은 주파수 간섭 환경에서 기체가 오작동을 일으킨 데이터를 실측한 것은 향후 전자전(EW) 상황 대비 및 항재밍(Anti-jamming) 능력 보완을 위한 귀중한 실측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시연 직후 언론과 여론은 이를 '기술적 망신'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가했다. 결함을 찾아가는 정상적인 R&D 과정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체의 시연이 대한항공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됐다면 아름다운 그림이었겠지만 실제 무기체계 연구·개발(R&D) 현장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며 “준비가 안 됐다며 야유를 퍼부으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의 행태는 분명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단기간에 무결점의 성과를 요구해 온 한국의 '압축 성장' 패러다임을 꼽는다. 현재 국가 R&D 사업 성공률은 99%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연구진이 감사·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달성 가능한 하향식 목표만을 설정하는 보신주의적 구조를 반영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작전 요구 성능(ROC)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게 돼 장기간의 체계 개발이 끝난 시점에는 변화된 글로벌 기술 환경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2023년 쏘아올린 대형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 중 발생한 공중 폭발 현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2023년 쏘아올린 대형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 중 발생한 공중 폭발 현장. 사진=연합뉴스

반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선도국들은 R&D 과정의 실패를 필수 데이터 획득 과정으로 포용하고 있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23년 대형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 중 발생한 공중 폭발을 '성공적인 실패'로 규정했다. 기체 파괴 전 획득한 원격 측정 데이터(Telemetry data)를 바탕으로 수냉식 시스템과 핫 스테이징 방식을 설계에 즉각 반영하며 혁신 속도를 높였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안전한 프로젝트를 실패로 간주하는 극단적인 위험 수용 문화를 유지한다. 스텔스 폭격기 F-117 개발 당시 시제기 '해브 블루' 두 대의 연이은 추락 과정에서 확보한 레이더 반사 면적(RCS) 실측 데이터를 통해 스텔스 설계를 실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실전 배치 자산의 상실 앞에서도 철저히 실용주의적 기조를 보였다. 최근 일본 항공자위대에 실전 배치된 1000억 원 규모의 무인 정찰기 RQ-4B 글로벌 호크 1대가 임무 중 동해상에 추락했지만 방위성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원인 규명에 착수하는 한편, 이미 계획된 민간 대(對)드론 방어 체계 실전 배치 평가는 일정의 흔들림 없이 강행했다.


우리 정부도 R&D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2024년 1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연구 수행 과정의 성실성이 인정되면 과제가 실패하더라도 사업비 환수·참여 제한 등의 제재 처분을 100% 전면 감면할 수 있도록 '성실 수행 인정 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있다. 성실성 판정 기준이 정성적이고 주관적이고 행정부의 제재 감면 승인 이후에도 감사원 등 외부 사정 기관의 사후 감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져 실무진이 특혜 논란을 우려해 면책 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 아울러 성실 실패로 인정된 과제의 실패 원인 분석 데이터(Raw Data)가 후속 연구를 위한 지식 기반 정보 체계(DB)로 연계되지 못하고 행정 서류로 소모되는 실태도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첨단 국방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과제 평가 기준을 시제기의 정상 작동 유무 중심에서 '한계 상황에서의 유의미한 실측 데이터 획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기술 준비 수준(TRL) 도약 목표치가 높은 고위험 과제에 대해서는 명백한 위법 행위가 없는 한 제재를 우선 면제(Opt-out)하는 '네거티브 감찰 규제 방식'이 요구된다. 나아가 민간 방산 업체가 극한의 전자전 모사 환경을 상시 활용해 테스트와 알고리즘 수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오픈형 테스트 베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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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산업부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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