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어때] “세단인가 SUV인가”…볼보 ES90, ‘경계’에서 찾은 플래그십의 정답

박서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20 15:41

‘캐리어 다섯 개 넉넉하게’…리프트백으로 최대 적재공간 확보
초당 500회 전자식 댐퍼·3단계 에어서스펜션으로 롤링 최소화
456마력 트윈모터의 조용한 가속…25개 스피커로 채운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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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S90 '크리스탈 화이트' 전면부. 사진=박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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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S90 '오로라 실버' 우측면. 사진=박서현 기자

“이 차의 가치는 종이에 적혀 있는 숫자와 스펙이 아니라,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경험하게 될 것들에 있습니다."


지난 16일 열린 볼보자동차코리아 'ES90 시승 행사'에서 정승원 프로덕트 매니저는 ES90의 진가를 자신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에서 포천까지 120km를 직접 달려보니 과언은 아니었다. 450마력의 넉넉한 출력과 5.4초의 가속 성능, 3단계 조절 에어서스펜션, 제원표에 적힌 숫자들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정숙성, 라운지에 있는 듯한 편안한 실내 환경까지, 볼보가 강조한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실용성'을 한 차에 담아낸 플래그십 세단이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투톤으로 구성된 스티어링 휠이다. 그 뒤로 화이트톤의 우드 인레이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며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운전석을 향해 부드럽게 휘어진 대시보드는 짧게 올라간 형태여서 답답한 느낌이 없고, 중앙에는 세로형 디스플레이 하나만 자리해 깔끔하다. 음량 등을 조절하는 손가락 세 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바 형태 버튼을 제외하면 그 어떤 물리 버튼도 없이 매끈하게 정돈돼있다. 그러면서도 비상등처럼 주행 중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한 기능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천장에 물리 버튼으로 배치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정숙성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지만 전기차에서 흔히 들리는 모터의 '위잉' 하는 구동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하 4층에서 경사진 코너를 돌아 지상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 바닥에 물이 살짝 고여있어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젖은 노면을 긁는 소리가 날 법했지만, 실내에서는 이마저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이날 여러 대의 차량이 지하주차장에서 함께 움직였는데도 모터와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리, 주변 차량의 소음까지 한 번 걸러낸 듯 지상으로 올라가는 내내 실내가 차분했다.


밖으로 나와 주행을 시작하자 확실히 플래그쉽 세단이라는 게 와닿았다. A필러가 비교적 낮게 누워 있어 처음에는 전방 시야가 살짝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시트 높이를 조금 올리자 시야가 금세 편해졌다. ES90은 전장 5000㎜, 휠베이스 3102㎜의 대형 차체에 트윈모터 울트라 기준 공차중량이 2545㎏에 달한다. 그럼에도 큰 차를 모는 듯한 둔중함보다는 차체 중심이 낮게 잡힌 듯한 안정감이 먼저 느껴졌다. 특히 코너에서는 그 묵직함이 오히려 장점이었다. 가장 부드러운 서스펜션 설정에서도 차체가 노면에 단단히 붙어있는 듯 바깥쪽으로 쏠리는 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볼보는 ES90의 액티브 에어서스펜션이 차량과 노면, 운전자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해 피치와 롤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정숙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속도를 110키로까지 올렸는데도 풍절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고, 옆 차로에서 울린 클락션 소리도 한 겹의 막을 거친 듯 작게 들렸다. 바로 옆으로 화물차가 지나갈 때도 대형 차량에서 흔히 느껴지는 '덜컥' 하는 진동이나 타이어가 노면을 타고 지나가는 마찰음이 크게 유입되지 않았다. 볼보는 ES90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어쿠스틱 글라스와 모터 소음 흡수 기술 등을 적용했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런 차음 설계가 체감됐다. 시속 65㎞에서 실내 소음이 55.6dB 수준이라는 설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가속감은 퍼포먼스 모드에서 확실히 살아났다. 가속페달을 밟자 2.5t이 넘는 차체가 조용하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전기차 특유의 '휙' 하고 튀어나가는 느낌이나 거친 모터음은 전혀 없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도 없었다. 시속 80㎞에서 150㎞까지도 체감상 5초 안팎에 도달할 만큼 가속이 빠르게 이어졌다. 시속 150㎞를 살짝 넘어선 상황에서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매끄럽게 속도를 이어갔다. 속도계가 빠르게 올라갈 뿐 주행 자체는 놀랄만큼 차분했다. 주행모드를 바꿔가며 왕복 120㎞를 달린 뒤 최종 전비는 14.7㎾h/100㎞, 꽤나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음성인식 기능인 '아리아'도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빨랐다. 운전석에서 “아리아, 에어컨 제일 시원하게 틀어줘"라고 말하자 “운전석 온도를 조절할게요"라고 답하며 곧바로 최저 온도로 설정했다. 운전석에서 명령하면 운전석을, 조수석에서는 조수석을, 뒷좌석에서는 뒷좌석을 조작했다. 열 번 정도 아리아를 불러보는 동안 한 번도 엉뚱한 좌석을 조작하지 않았다. 음성이 나온 위치에 따라 어느 좌석의 기능을 조작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아리아로 오디오 성능도 확인했다. “아리아, 노래 틀어줘"라고 하자, 차량에 탑재된 'FLO'가 바로 실행되며 음악이 재생됐다. ES90 울트라 트림에는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을 내는 Bowers & Wilkins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다. 음악을 틀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저음이었다. 베이스가 뭉개지지 않고 또렷하게 잡히면서도 과하게 울리지 않았다. 소리가 실내 전체로 넓게 퍼지면서도, 작은 음량에서도 악기나 보컬 등 세부적인 소리가 비교적 또렷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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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S90의 트렁크. 사진=박서현 기자

주차 후에는 적재공간도 확인했다. 앞 보닛 아래에 마련된 프렁크의 적재 용량은 27ℓ로 다소 작은 편이지만, 트렁크가 이를 만회한다. 실제로 26인치, 24인치, 23인치, 20인치 캐리어 다섯 개와 보스턴백 2개를 함께 실을 수 있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09ℓ이다. 세단이지만 SUV 못지않게 트렁크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ES90은 세단 형태의 차체에 리프트백 구조를 적용해 넓은 개구부를 확보했다. 2열을 접으면 적재량이 최대 1445ℓ까지 늘어나 부피가 큰 짐을 싣는 데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뒷좌석의 승차감을 확인했다. 조수석과 운전석을 편하게 조정한 상태에서도 성인 여성이 다리를 180도 뻗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했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조수석의 레그룸은 899㎜에 달한다. 등받이도 리클라이너 기능을 이용해 뒤로 젖힐 수 있어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었다. 서스펜션 역시 운전석이나 조수석보다 오히려 뒷좌석에서 더 만족스러웠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앞열보다 덜했고,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충격을 한 번 부드럽게 다듬어낸 듯 '달칵'하고 넘어갔다. 앞좌석보다 뒷좌석이 더 말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격은 7294만원부터다. 싱글모터 ER 플러스가 7294만원, 싱글모터 ER 울트라 8055만원, 트윈모터 플러스 7960만원, 트윈모터 울트라 8741만원, 트윈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9541만원이다. 시승한 트윈모터 울트라 모델에 에어서스펜션을 선택하면 9041만원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결코 가벼운 가격은 아니지만, 동급이라 할 수 있는 아우디 A6 e-tron과 메르세데스-벤츠 EQE 등의 시작가가 9000만원대~1억원대부터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편이다.


여기에 싱글모터 ER과 트윈모터 플러스 등 일부 트림은 서울시 기준 최대 22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박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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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서현 기자 입니다. 산업부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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