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에너지 난(難)을 부추기는 정치 개입

윤병효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2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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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기후에너지부장.

정부와 정치권의 에너지 가격 개입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0시를 기해 10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또다시 동결 조치했다. 지난 6월 말 조정된 7차 이후 네 번째 동결이다. 이로써 향후 4주간 정유사의 판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묶인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 조치를 두고 “최고가격제를 당장 중단하거나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기름값을 국제 시세보다 낮게 억제해 당장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치솟는 국제 유가와 반대로 기름값을 억지로 누르는 정책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가격이 싸니 소비가 늘고, 결국 더 비싼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와야 하는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5~7월 국내 휘발유 출하량(소비량)은 2443만 4000배럴로, 전년 동기(2405만 7000배럴) 대비 1.6% 증가했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가 지난해 5~7월 배럴당 평균 67.8달러에서 올해 평균 90.7달러로 무려 33.8%나 폭등했으나, 오히려 소비량이 늘어난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전기 요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국제 가스 가격이 10배 가까이 폭등했을 때, 유럽 전기요금도 폭등하면서 당시 유럽 서민들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나무 땔감으로 난방을 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국내 전력 판매량은 2021년 533.4TWh에서 2022년 547.9TWh로 증가했다. 요금 인상 억제가 전력 소비를 더욱 부추긴 셈이다.


높은 연료가격의 부담을 떠안은 한전의 현재 총부채는 210조 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송배전망 사업자 한전은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자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굴욕까지 겪어야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수개월째 동결한 여파로 미수금만 14조 원을 넘어섰다. 역시 현금이 부족해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2025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에 쓴 소리를 날렸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하며, 전기요금은 IEA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시장 기반의 가격 신호를 제한하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인기영합주의적 에너지 가격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한 약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끝은 국가 에너지 안보 해체와 공기업의 부실, 그리고 결국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거대한 막대 부채뿐이다. 이제라도 에너지 가격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거두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격 기능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윤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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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윤병효 기자 입니다. 기후에너지부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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