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사 지배구조 변화’ 흐름이 실제로 남긴 것은

박경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21 14:09
박경현 금융부 기자.

▲박경현 금융부 기자.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최근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자산관리·중소기업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교체 배경을 두고선 올 들어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과 지주 CEO 연임 제한을 꾸준히 논의해왔다는 점에서 KB 회추위가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다. 아직 정식으로 개선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임에도 당국 방향성을 의식한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추위가 회장 교체의 이유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들었지만, 최대 실적이라는 지표를 후순위로 둘 만큼 중대한 교체 이유는 밝히지 않았기에 이런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국 입김 여부를 떠나 회추위는 이번 기회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장기집권 방지 기조를 강조하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 장기전략의 예측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측면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회장의 이사회 장악이나 장기집권 구조,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인 것은 맞다. 문제는 양 회장이 재임 기간 도덕적 결함이나 금융 사고 없이 연이어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주주환원도 늘려 최선의 경영실적을 입증했단 것이다. 당국 지적은 '연임을 당연한 권리처럼 보장하지 말라'는 것인데, 연임의 당위성이 있었음에도 내쳐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적이 연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번 사례가 금융권에 던진 메시지는 생각보다 심플하지 않다. 연임 평가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회장이 시험대에 오른다면 리더로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고, 조직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잦은 회장 교체는 지주와 연계된 수많은 계열사의 수년 단위 계획도 동시에 흔들 수 있다.


회추위는 외풍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의 제도와 분위기 만으로도 관치적 효과가 작용했다면 그 또한 문제다. 그 가능성을 시장이 의심하게 만드는 환경 자체가 또 다른 독립성 훼손이자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작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 필요한 건 '실적이 좋은 CEO의 연임을 막을 만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평가기준이 있었느냐'일지도 모른다. 금융사 이사회가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고 회장의 장기 집권도 막을 수 있도록 연임 절차의 제도화가 보다 예측가능하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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