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박원 편집국장
“경제 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 말이다. 대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산업의 온기를 전 국민이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통령도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윤석열 정부와 비교하면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적은 좋은 편이다. 성장률과 주가지수, 재정 상태, 고용 등 거의 모든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같은 대외 변수가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긍정적 요소가 더 많다. 세계적으로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고 상장사 평균 실적도 나쁘지 않다. 올해 성장률은 3%를 가뿐하게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 호황이 꺾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40% 넘게 늘어나며 재정 기반도 탄탄해진다. 코스피 지수는 6000 후반에서 7000 초반을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지표로 나타나는 경제 상황은 좋은데 왜 국민 삶은 더 팍팍해지는 걸까? 젊은이들은 괜찮은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지고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왜 점점 멀어질까?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주가는 전 정부 때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왜 대다수 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을 국정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는데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거나 정책이 현실과 괴리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맞다. 그러나 말 그대로 '메가' 프로젝트라 당장 국민 삶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관련 지역 경제 활성화도 시간이 걸린다. 메가 프로젝트는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해 지갑이 얇아지고 집을 사려해도 대출이 막힌 서민에게는 남 일로 여겨질 뿐이다.
메가 프로젝트보다 더 급한 정책은 내수 경기 활성화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수혜가 돌아가는 것이라면 내수 진작은 성장에서 소외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을 살리는 정책이다. 내수가 살아나면 고용도 늘어난다. 청년 일자리도 시급한 문제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데 이런 추세를 돌릴 대책이 시급하다. 대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은 처우를 개선할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국민을 화나게 만든다. 아무리 의도나 명분이 좋아도 역효과만 나면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만 들쑤셔놓은 부동산 규제가 대표적이다. 집값을 잡겠다고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은 결과 임대 매물이 감소하면 전세금이 폭등했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세금도 강남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소진되며 가격이 떨어졌으나 서울 외곽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렸다. 결국 부동산 규제가 서민이 살 수 있는 아파트 수를 줄이는 역효과를 냈다.
여론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도 원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임대 주택 실거주 유예기간을 연이어 연장했고,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를 축소하는 세제 개편안도 반발이 거세자 한 말 물러섰다. 모두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태다. 과열된 증시를 안정화해야 할 시점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것도 정부 무능을 드러낸 사례다. 정부는 뒤늦게 보안 대책을 내놓았으나 코스피가 8000 후반에서 9000 때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큰 손실을 본 뒤였다. 결과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것도 대통령의 유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3개월을 지나는 동안 국민은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성과로 유능을 증명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