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드라이브에 K-철강 변동성↑…조선 등 수혜 기대
‘관세 인하’ 약속 받았다지만…공동발표선 명시 안돼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정부, 적극협상 나설 기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고 있다.사진=산업통상부
철강과 조선 등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투자 압박에 재차 드라이브를 걸면서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 여부와 국내 공급망의 관세장벽 완화 조치 등 세부 요건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국내 산업계의 '낙수효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세부 협상에서 실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른바 '알래스카 LNG 수혜주'로 거론되는 KBI동양철관과 하이스틸, 휴스틸 등 국내 철강(강관)업체 주가는 지난달 30일을 전후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KBI동양철관은 지난달 30일 종가기준 1483원을 기록하며 종전 대비 29.97% 상승률을 보인 뒤 이날 소폭 하락한 1470원선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이스틸의 경우 전날 22.91% 급등한 4050원에서 거래를 마친 뒤 이날 종전 대비 8%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휴스틸 역시 전일 상승분(11.2%)을 일부 반납 중이다.
이 같은 철강업종의 주가 변동성은 미 정부가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 가능성에 따른 수출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지에선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금 2000억달러(230조원) 가운데 540억달러(74조원)를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실제로 미 행정부가 이튿날인 30일 한국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요 투자처로 직접 거론해 추진 가시성을 키웠다.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은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해 액화한 뒤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는 초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445억~545억달러로 추산되며, 1300킬로미터(㎞)에 달하는 가스관과 LNG 액화·수출시설 등을 건설하는 게 골자다.
국내 중후장대 산업의 수혜를 기대하는 시장의 반응도 이처럼 거대한 개발사업의 규모에서 비롯된다. 당장 1300㎞ 길이 가스관을 구축하는데만 막대한 양의 강관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한국 공급망의 수출 기회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는 해당 사업에서 가스관과 가스처리시설, 액화플랜트 등을 건설하기 위한 잠재 강재수요가 95만~165만톤(t)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해양업종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높다. 특히 조선의 경우,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해상에 연간 2000만t 규모 LNG 물동량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LNG운반선의 발주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주력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감이 국내 산업계의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국산 철강·기자재 사용을 우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는 데다 최종투자결정을 비롯해 LNG 장기 구매처 확보와 사업 경제성 검증 등 실제 착공까지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산업통상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한미 양국은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국내법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향후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시 미국측은 한국 기자재·공급업체에 우호적인 참여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업적 합리성 검토에 따라 투자가 본격화하면 미국 측이 국산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경제성있는 조건의 LNG 장기구매계약과 우선접근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다만 이날 산업부가 공개한 한미 공동 보도자료에선 '한국 벤더 및 공급업체의 우호적인 관여 지원' 정도의 문구가 적혔고, '관세 인하' 및 기자재 공급물량과 참여 비중 등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LNG 구매 보장 역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를 달며 실제 보장 범위에는 불확실성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의 물밑 후속협상이 국내 산업계의 실질적인 수혜 규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대규모 투자협력의 성과가 필요한 만큼, 이를 한국산 철강·기자재 및 전문기술의 참여와 관세장벽 완화 조치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제품 조달도 최대한 미국에서 하는 것을 원하는 게 당연하다"며 “우리나라의 수혜를 늘리려면 파이프라인 건설에 한국산 철강을 사용하거나 관련 관세를 낮추는 등의 방안을 놓고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이 무산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역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이 알래스카 사업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국산 철강과 전문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은 아직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