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금리 5.34%…2002년 이후 최고
나스닥 신고가…필라델피아 반도체는 3주 연속 올라
중소형주·다우 약세…증시 내부선 이미 고금리 충격
“5% 장기화가 문제”…AI 꺾이면 충격 확산
▲미 월가(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증시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 국채금리에 언제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증시를 떠받치면서 주요 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고금리 충격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도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실물경제의 부담이 증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4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장중 5.345%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10년물 금리는 3분기에만 0.9%포인트 가까이 올라 이번 세기 들어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2일 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다소 후퇴했다. 이에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15%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반등해 5.276%로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 미친 충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이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한 주간 0.27% 하락한 7722.72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7798.99(8월 13일)보다 약 1% 낮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와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AI 관련주가 증시 전반을 떠받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 기술주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한 주간 0.65% 오른 3만807.9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69%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증시 내부에서는 고금리의 충격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 산업군과 우량주를 대변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한 주간 1.26%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지난 8월 첫째 주 2.96% 상승한 이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주 가운데 0.28% 상승한 한 주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했다.
▲지난 2개월간 나스닥100지수(푸른색), S&P500지수(보라색), 다우지수(녹색) 상승률 추이(사진=트레이딩뷰)
시가총액 비중 대신 모든 구성 종목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이번 주까지 7주 연속 하락했다.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증시 상승세가 일부 대형주에 집중돼 있는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지수의 부진은 현재의 강세장이 사실상 소수의 초대형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500 동일가중지수가 7주 연속 하락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에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인 2002년과 약세장이 이어졌던 2022년에만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고금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지난 3분기 S&P500보다 약 10%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부진한 분기 기준 상대 수익률이다.
아이캐피털의 댄 스즈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대부분은 고점에서 최소 5% 이상 떨어져 있고 일부 시장은 15% 넘게 하락했다"며 “상당 부분이 높은 금리와 이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지수만 보면 고금리 충격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이미 상당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의 여파는 실물경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 신용 비용도 크게 높아졌다고 짚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들은 자금을 빌리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트레이더(사진=AP/연합)
다만 현재의 높은 금리가 당장 미국 경제와 증시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가계와 기업 상당수가 과거 저금리 시기에 장기 고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놓은 만큼 금리 상승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의 맥스 고크먼은 미국 주택 보유자들이 보유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약 4%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신규 모기지 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이자 부담은 당장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 비금융기업의 전체 부채 가운데 2027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비중은 약 13%, 금액으로는 약 570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사실 자체보다 이 같은 고금리 환경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가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경기가 둔화하는데도 물가가 잡히지 않아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경우다.
고크먼은 “5% 금리는 이미 지친 낙타의 등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올려놓은 것과 같다"며 “일부 짐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용지표와 소비심리에서도 이미 경제가 받는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웰스얼라이언스의 에릭 디턴 사장도 “경제와 기업 이익 증가세가 강하게 유지되는 한 주식시장은 당분간 높은 국채금리를 견딜 수 있다"면서도 AI 투자 열기가 꺾이는 상황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그는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크게 낮아진다면 증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탈바켄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왜곡된 시장 폭을 S&P500 약세 전망의 근거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강력한 기술 혁신이 일부 뒷받침하는 강한 강세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말 S&P500 목표치를 8500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약 10% 높은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