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번에는 같이 시작합시다”…7년 멈춘 원주 중앙시장 나동, 다시 움직인다

박에스더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06 22:59

205억원 규모 화재복구사업 설명회…상인들 보상·감정평가 질문 쏟아져
2층 43개 점포 매입·주요 구조부 보수보강…동의 확보가 최대 관건
백귀현 번영회장 “나중 걱정하다 여기까지 와…일단 시작하고 함께 풀자”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사업 설명회

▲원주 중앙시장 나동 상인들이 6일 화재복구사업 설명회를 마친 뒤 현장에서 사업 추진 동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박에스더 기자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시작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 걱정하다 보니 7년이 넘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단 같이 시작합시다."


6일 원주시 중앙동행정복지센터. 백귀현 원주중앙시장 번영회장의 말에 설명회장을 채운 상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2019년 화재 이후 가림막에 갇힌 채 시간이 멈춰버린 중앙시장 나동. 복구와 재건축을 둘러싼 논의가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7년을 넘겼다.



이날 열린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사업 설명회'는 그래서 여느 사업설명회와 분위기가 달랐다. 원주시는 사업 범위와 추진 일정, 매입·보상 절차를 설명했고 상인들은 자신의 재산과 생업이 걸린 질문을 쏟아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돈'이었다.



“감정평가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동의서를 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한 점포주의 질문이 나오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상인들이 귀를 기울였다. 동의서를 먼저 제출한 뒤 감정평가 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상가격을 미리 가늠할 방법은 없는지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시는 행정절차상 보상가격을 미리 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점포주 측과 시 측이 참여하는 감정평가 절차를 거쳐 보상액을 산정하고 실제 거래가격 등도 평가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동의서 제출이 곧바로 감정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매도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상인들이 가격부터 묻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건물 보수가 아니다.



원주시가 이날 제시한 예상 사업비는 약 205억원이다. 시는 나동 2층 43개 점포를 매입하고 주요 구조부를 보수·보강해 건물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매입한 2층은 리모델링을 거쳐 상인교육장과 회의공간, 문화·공공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감정평가와 보상, 실시설계를 거쳐 2029년 3월 공사에 들어가 같은 해 12월 준공한다. 하지만 일정표보다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점포주들의 동의다.


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최소 80% 수준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는 토지수용과 같은 강제 절차를 적용할 수 없어 결국 얼마나 많은 소유자가 뜻을 모으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 시는 동의와 매입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당초 계획보다 착공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명회가 이어질수록 대화의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라졌다.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에서 '이번에도 시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로 옮겨갔다.


구자열 원주시장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주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 설명회

▲구자열 원주시장은 6일 중앙동행정복지센터 열린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 설명회에서 “중앙시장을 원주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에스더 기자

구 시장은 “이번이 중앙시장 나동을 복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TF에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며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시장은 원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자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과거 상태로 돌려놓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시민이 찾을 수 있는 원주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행정의 의지만으로 풀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구 시장은 상인들에게 “시가 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의지와 동의가 없으면 사업 추진은 어렵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시는 중앙시장 인근에 별도 현장사무실을 두고 TF가 상인들과 직접 만나 소유권 정리와 동의, 매입 등 개별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원주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사업 설명회

▲백귀현 원주중앙시장 번영회장이 6일 나동 화재복구사업 설명회에서 상인들에게 “이번에는 함께 시작하자"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박에스더 기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백귀현 원주중앙시장 번영회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작입니다."


백 회장은 “7년을 넘기고 8년째가 되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은 시작하기 전부터 '나중에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기 때문"이라며 “동의를 해서 먼저 시작하고, 그다음 시와 계속 만나 작은 문제와 큰 문제를 하나씩 협의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오랜 기간 복구를 위해 뛰어온 추진위원들을 향해서는 박수를 청했다. 그는 “추진위원들이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칭찬해 주는 것도 아닌데 사비를 들여가며 일을 해왔다"며 상인들에게 다시 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시장에 나올 때마다 가림막을 볼 때마다 정말 힘들고 어렵다"며 “이번에는 모두 동의해서 같이 가자. 중앙시장 여러 동 가운데 나동을 가장 멋진 곳으로 만들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명회장에서는 박수와 함께 “파이팅"이라는 화답이 나왔다.


설명회가 끝났지만 모든 상인이 곧바로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일부 상인들은 현장에 마련된 동의서를 다시 살펴본 뒤 그 자리에서 서명했다.


205억원의 사업비도, 2029년이라는 준공 목표도 아직은 계획이다. 매입과 감정평가, 보상, 설계까지 넘어야 할 절차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서 시와 상인들이 반복한 말은 하나였다.


“이번에는 시작하자."


7년 넘게 가림막 뒤에 멈춰 있던 중앙시장 나동의 복구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설명회는 단순한 사업계획 전달보다 '이번에도 무산되면 안 된다'는 시와 상인들의 절박함을 확인한 자리에 가까웠다.


이제 관건은 말이 아닌 동의율이다. 시가 제시한 첫 기준인 80% 동의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7년 넘게 가림막에 갇혀 있던 나동의 복구 시계가 다시 움직일 전망이다.


원주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 설명회

▲구자열 원주시장이 6일 여린 중앙시장 나동 화재복구 설명회에 참석해 화재복구 설명을 상인들과 함께 경청하고 있다. 사진=박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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