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일부 선수의 ‘군면제’ 발언에 청년층 반발
국방부 “보충역 감면·폐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
여야 한목소리로 개편 촉구…기여금·포인트제 대안으로 거론
▲지난 3일 금메달을 딴 뒤 “군대 안 간다"고 우승 소감을 인터뷰한 23살이하 남자축구대표팀 이기혁 선수(왼쪽)와 '예비군 모자'를 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박승수 선수. 사진=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영상, SNS 갈무리
'금메달=병역혜택'으로 이어지는 병역특례제도가 도입 53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재검토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예술·체육 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폐지를 포함해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아시안게임 이후 불거진 일부 선수들의 언행에 대해 “국방부 입장에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3일 열린 일본과의 남자 축구 결승전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1-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일부 선수가 경기 직후 병역 혜택을 직접 언급하면서 우승의 의미가 빛을 잃었다.
주장 이기혁은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박승수는 금메달을 딴 직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청년층의 반발이 거센 배경에는 현행 제도의 형평성 논란이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보다 경쟁 강도가 낮은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이 병역 해결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이다. 천문학적 경제 효과를 낸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 예술인은 입대했는데 스포츠 선수는 한 번의 금메달로 면제를 받는다는 비교도 나온다. 이른바 'BTS의 역설'이 공정성에 민감한 2030세대의 불만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위선양만으로 설명 어려워"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태극마크는 병역을 피하기 위한 '프리패스'가 아니다"라며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체육·예술 병역특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BTS도 병역을 이행한 만큼 국위선양만으로 특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군대가 혐오시설이냐"며 “아시안게임 군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안규백 의원은 5일 “병역특례제 폐지는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병력 수가 절벽에 이른 만큼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53년 전 만들어진 병역특례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병역법 제33조의7은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상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국내외 예술 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이다. 편입된 사람은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며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하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한다. 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형평성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프로선수로만 꾸려지자 특례가 프로선수의 병역 해결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병역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제도 개편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국방부가 직접 감축·폐지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체육계 “경기력 저하 우려 커" 반발
국회에서는 전면 폐지와 함께 특례 기준을 손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병주 의원 등은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을 반영해 대상과 기준을 다시 짜자는 입장이다. 나경원 의원은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지금의 국가 위상에 맞게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 입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지난 2일 예술·체육요원이 34개월간 활동하며 얻은 소득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여금은 군인복지기금으로 귀속해 군인 복지에 쓰는 내용이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임민혁 민주당 의원은 국제대회 성과를 누적해 평가하는 포인트제를 제안했다. 금메달 한 번으로 특례를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꾸준히 성과를 낸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체육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한 체육계 인사는 “병역특례가 없어져 주요 선수들이 군대를 가면 경기력 저하 등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병역자원 감소와 공정성 요구가 맞물린 가운데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국회에서는 전면 폐지, 대상·기준 조정, 기여금·포인트제 등 여러 대안이 맞물려 논의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