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알래스카 LNG, 부담을 지렛대로 바꾸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07 10:58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달 6일에도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 단계이며,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발표의 의미를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이 사업을 어떤 전략적 관점에서 다룰 것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 2월, 트럼프 재집권 직후 이 지면을 통해 알래스카가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고 쓴 바 있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의 이른바 에너지 '큰손' 중 하나인 국가에 내밀 청구서에서 알래스카 가스가 빠질 수는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예상되는 투자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한국의 이익을 확보할 협력의 조건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였다.



필자는 지금도 한국이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워싱턴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북극 지역에 장기적인 경제적 발판을 마련하며, 우리 산업의 활동 범위를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LNG의 직접적인 가치는 공급원뿐 아니라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있다.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가스관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옮겨 액화한 뒤 북태평양을 통해 동아시아로 운송하는 구상이다. 이 경로로 한국에 LNG를 도입하면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과 같은 초크 포인트를 거칠 필요가 없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로도 아니다. 북극권 자원을 태평양으로 연결하지만, 북극해를 통과하는 항로 개발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에너지 안보와 해양 안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한국에 특히 의미가 있다. 공급국을 바꾸더라도 지정학적 해상 요충지를 지나야 한다면 위험 분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란 전쟁 이후의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은, 1970년대 석유 위기가 드러냈던 중동발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여전히 심각한 도전임을 다시 확인해 줬다. 반면 알래스카는 기존 조달 경로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정 지역의 불안이 수입 차질로 이어질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적 선택지를 확보해 두는 것은, 평상시의 가격 비교만으로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 가치다.


더 넓은 차원에서는 한국의 북극 전략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북극은 자원과 항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공간이며, 극궤도 위성의 지상지원 등 우주활동과도 연결되는 전략적 공간이다.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선언하는 것과 실제 사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연루되는 기제를 구축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알래스카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참여하면서 현지 주요 행위자들과의 협력, 인력 교류, 운송과 물류의 경험을 축적한다면 북극권에서 한국의 경제적 활동 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의 자원과 한국·일본의 수요를 연결하고, 세 나라의 금융과 제조업, 운송 역량을 결합하는 구상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 최대 발전기업이자 주요 LNG 구매자인 JERA도 지난해 9월 알래스카 LNG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것이 곧 삼국 공동투자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일이 각자 미국과 협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성 평가와 수요 전망을 공유하며 투자와 구매, 운송에서 협력할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대미 레버리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적 기회 역시 가스 수입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도하는 개발사 글렌파네는 지난해 12월 강재 공급과 LNG 장기 도입, 투자 참여를 포함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표했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 건설과 철강산업의 연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참여를 플랜트 건설과 기자재, LNG 운반선과 해운 서비스까지 연결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부산·울산·여수·광양 등 국내 항만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활용한 저장·운송·거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사업의 성과가 국내 산업과 지역의 기회로 돌아오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이 높은 초기 투자비와 건설 지연의 위험을 완전히 상쇄해 주지는 않는다.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조건의 투자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기보다 리스크를 줄여 사업을 성립시키고, 그 성과가 국내 경제에도 돌아오도록 조건을 만드는 전략이 절실하다. 미국 측의 위험 분담, 장기 도입가격과 물량,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부담을 지렛대로 바꾸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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