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입상자들 자존심 건 진검승부…박영식 씨 영예의 대상 차지-
-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 300여 명 운집…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 축제 성료-
- 세월이 빚어낸 깊은 감성과 수준 높은 가창력 선보여…실버세대 문화예술 저력 확인-
▲박영식 씨(우)가 왕중왕전 대상 영예 았다. 이병주 안동시실버가요회 회장이 시상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안동시실버가요회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세월은 흘렀지만 노래를 향한 열정만큼은 청춘 못지않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랫말에 담아낸 어르신들의 진솔한 무대가 깊어가는 가을, 안동을 감동과 환희로 물들였다.
특히 역대 실버가요제 입상자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최고의 가수를 가리는 이색적인 경연이 펼쳐지면서 지역 어르신들의 문화예술 활동이 단순한 여가를 넘어 새로운 도전과 자아실현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11일 오후 1시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소소한 어르신 행복축제 실버가요제 왕중왕전'에는 참가자와 가족,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안동시와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안동시실버가요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안동농협과 안동와룡농협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번 왕중왕전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참가자들의 면면에 있다. 기존 실버가요제에서 입상하며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어르신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특별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일반적인 경연과 달리,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음악적 개성과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행사는 통기타 공연팀 '청바지'의 식전 공연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어 초대가수 공연과 안동시실버가요회 회장 인사말, 본선 경연, 심사 결과 발표 및 시상식 등이 진행됐다. 행사 중간에는 다양한 경품 추첨도 마련돼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세월이 빚어낸 목소리…노래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
▲참가자와 가족, 지역 주민들이 참가자들의 노래에 집중하고 있다. 제공=안동시실버가요회
이날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연 참가 어르신들이었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노래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음색과 섬세한 감정 표현, 노련한 무대 매너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인생의 굴곡을 지나온 어르신들이 전하는 노랫말에는 젊은 가수들에게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깊은 울림이 담겼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그리움,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과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한 곡 한 곡에 스며들면서 경연장은 어느새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공감의 공간으로 변했다.
참가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이어갈 때마다 객석에서는 힘찬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가족과 지인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며 무대 위 어르신들과 하나가 됐다.
이날 경연은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느냐는 경쟁을 넘어,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자신만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뜻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관객들은 그들의 열정 속에서 삶의 용기와 희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언론·공연예술 전문가 심사…실력과 감성 종합 평가
▲초대가수가 흥을 돋우고 있다. 제공=안동시실버가요회
왕중왕전이라는 대회의 위상에 걸맞게 심사에도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참여했다.
심사위원장은 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문화국장이 맡았으며, 안동예술의전당 황교헌 무대감독, 아리랑필하모닉오케스트라 김선종 대표, 안동칸타빌레앙상블 김선욱 악단장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심사위원단은 참가자들의 음정 정확도와 가창력, 음악적 독창성, 감정 표현 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아 무대 전반의 완성도를 종합적으로 살폈다.
특히 단순히 고음을 소화하거나 기교를 뽐내는 능력보다는 곡에 대한 이해와 자신만의 해석, 노랫말에 담긴 정서를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다뤄졌다.
오랜 세월 음악을 가까이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온 참가자들이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인 만큼, 이번 경연은 실버세대의 음악적 역량과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박영식 씨 왕중왕전 대상 영예…남명환 씨 금상
치열한 경연 끝에 왕중왕전 최고의 영예인 대상은 박영식 씨에게 돌아갔다.
금상은 남명환 씨, 은상은 설광형 씨, 동상은 임성범 씨가 각각 차지했다. 장려상은 여석영 씨, 인기상은 최말남 씨에게 수여됐다.
수상자들은 그동안 쌓아온 실력과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경연에서 값진 결실을 거뒀다.
그러나 이날 무대의 의미는 수상 결과에만 머물지 않았다. 왕중왕전에 도전한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전했다는 점에서 참가자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안동시실버가요회 이병주 회장은 “오늘 이 무대는 어르신들의 식지 않은 열정과 환희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축제의 장"이라며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래로 여는 인생 2막…실버세대 문화예술 참여 확대 기대
이번 왕중왕전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의 문화예술 참여가 지닌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노년의 문화활동은 단순히 남는 시간을 보내는 취미생활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래는 특별한 장비나 복잡한 준비 없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문화활동이다.
이번 실버가요제 왕중왕전은 이러한 노래의 가치를 지역사회가 함께 확인한 자리였다.
그동안 각자의 일상에서 노래를 즐겨온 어르신들이 공식 무대에 올라 실력을 겨루고, 가족과 이웃들이 그 도전을 응원하는 과정 자체가 지역 공동체의 화합으로 이어졌다.
또한 어르신들을 단순한 문화행사의 관람객이 아닌 직접 무대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세웠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같은 행사가 일회성 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문화예술 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과 참여 기회 확대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꾸준히 음악을 배우고 연습하며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실버가요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고령친화 문화축제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을빛이 짙어가는 안동댐에서 펼쳐진 이 날 왕중왕전은 노래를 향한 열정에 나이의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세월이 흘러도 꿈은 늙지 않는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마이크를 잡은 어르신들의 도전은 그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빛났으며, 이날 울려 퍼진 노랫소리는 참석자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감동의 선율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