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평균금리 4% 돌파…2000년 이후 최고
주요 8개국 금리 인상 예상 폭 1.78%p 축소
한국도 21.91bp 줄어…세 번째로 큰 감소 폭
인플레 우려 여전…‘오락가락 트럼프’도 변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글로벌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요국 국채금리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하반기 들어 70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장중 5.36%대로 치솟으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31bp, 독일은 61bp, 프랑스는 121bp 각각 올랐다.
전 세계 국채의 평균 금리도 4%를 돌파해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의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꼽힌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잇따라 채권을 발행하면서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8개국의 금리스와프 시장에 반영된 향후 12개월간 기준금리 인상 예상 폭의 합계는 지난 9월 717bp에서 최근 539bp로 축소됐다. 약 한 달 사이 178bp(1.78%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별로는 호주에서 금리 인상 예상 폭이 47.32bp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유로존(-43.14bp), 한국(-21.91bp), 캐나다(-20.51bp), 미국(-19.05bp) 등의 순으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한국은행이 오는 11월과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주요국의 향후 12개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 변화. 호주(-47.32bp)와 유로존(-43.14bp), 한국(-21.91bp) 등 대부분 국가에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했다. (사진=블룸버그)
국채금리 상승 자체가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회사채 금리 등 시장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하며 “연준이 정책적으로 크게 한 일은 없지만 시장은 상당한 일을 해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1조9000억달러(약 2500조원)를 운용하는 T.로우프라이스의 켄 오차드 국제채권 부문 대표는 “시장이 더 많은 긴축을 반영할수록 금융 여건은 더욱 긴축된다"며 “금융 여건이 긴축될수록 중앙은행이 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거나 시행할 수 있는 금리 인상의 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에 오른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탕위쉬안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총괄은 “중앙은행들은 궁극적으로 경제성장과 단기 인플레이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전쟁 여파로 경제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대부분의 금리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채금리가 크게 오른 만큼 채권 투자의 매력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크리스티안 놀팅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는 “적어도 에너지 측면에서 현재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상황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도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전면적인 금리 인상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스의 전략가들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와 무관하게 금융 긴축이 일부 진행됐다"며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급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반면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따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의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에 미국이 동참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AI 인프라 건설 붐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 충격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관세와 국방비 지출, 높은 수준의 공공부채 역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신중하면서도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행보도 글로벌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블룸버그는 “무역 정책이나 이란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임기 후반부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예상치 못한 조치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