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 17억5000만톤…1.7%↑
韓 수요도 늘었지만…“침체전 수준 회복은 난항”
中 내수 ‘나홀로’ 감소세…국내외 ‘밀어내기’ 우려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장에서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철강시장이 내년 수요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 등 분야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수요가 잇따라 창출되면서다.
다만 세계 최대 수요처 중 한 곳인 중국의 내수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까닭으로, 글로벌 수요 성장세를 제한하는 양상이다. 업계는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확대에 따른 국내 업계의 생존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인 수입규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12일(현지시간)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2026~2027년 단기수요전망(SRO)'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 수요는 올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17억2200만톤(t)을 기록한 뒤, 내년 17억5200만t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산업활동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들 선진국이 AI 투자 확대와 국방·에너지 전환 분야의 지출 증가, 소득 개선, 우호적인 정책 환경 등에 힘입어 철강 수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각각 올해와 내년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2.0%·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0.3% 감소하는 반면, 내년에는 3.1% 증가하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역시 철강 수요 회복이 예상되지만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던 국내 철강 수요는 올해와 내년 각각 전년 대비 1.8%·1.3%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내수 건설경기가 올 하반기 저점을 형성한 뒤 부분적인 회복에 나서고, 자동차 생산과 조선업 활동도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협회 측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반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강 수요가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한국의 철강 수요 회복세가 실질적이지만 그 강도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내년까지도 침체 이전의 수요 수준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주요 국가의 2026~2027년 철강 수요 전망. 그래픽=박주성 기자
더 큰 문제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핵심 수요처 중 한 곳인 중국의 내수 부진이다. 중국의 경우엔 주요 선진국과 반대로, 내수 철강수요가 올해와 내년 각각 전년 대비 2.0%·1.0% 순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직전 전망치인 지난 4월 발표(올해 -1.5%, 내년 0%)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 같은 중국의 내수 부진은 글로벌 수요 전망치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당초 협회의 4월 발표에선 글로벌 철강 수요가 올해와 내년 17억2400만t·17억6200만t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으나, 중국 내수 부진이 이 시기 전망보다 심화함에 따라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치도 같은 기간 200만t·1000만t 하향 조정됐다.
알폰소 이달고 데 칼세라다 세계철강협회 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서 비롯됐다"며 “중국의 대규모 구조적 수요 감소가 글로벌 철강시장의 회복세를 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동지역의 지속적인 불안정과 이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의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장 중국 내수환경에서 소화되지 못한 저가 철강 물량이 동아시아권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업계의 수출시장을 뒤흔드는데다, 이 같은 물량의 국내 규제를 우회한 내수 침투도 가속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신흥 시장인 인도의 경우, 올해 현지 철강수요가 전년 대비 7.9% 증가한 1억7240만t 규모에 이르는 가운데, 내년 역시 8%대 증가세(1억8620만t)를 보이며 동아시아권 철강재의 수입 확대가 기대되는 시장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인도 시장의 중국 점유율이 상당 수준을 차지해 우리 업체의 현지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확대되면 국내 업체의 현지 공략 난이도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인도 뿐 아니라 동아시아권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시장의 수입재 경쟁도 문제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과 열연강판 등에 반덤핑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철강 반제품의 수입이나 제3국 가공 등을 통해 기존 조치의 실효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열연강판과 후판 등에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만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적지 않다"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중간재를 수입하거나 제3국을 거쳐 들여오는 방식 등으로 기존 반덤핑 제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국내 업체들도 고부가가치 제품과 저탄소 철강 개발 등을 통해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며 “정부 역시 무역규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