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대중 정부가 만든 KAI, 한화에 넘길 텐가”…노조, 청와대 앞서 상경 투쟁

박규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14 15:55

수은 18억 컨설팅·공정위 ‘졸속 간이 심사’ 성토…국감 증인 채택 요구
민주 김병주, 방산 M&A 시 국방부·방사청에 ‘거부권’ 부여 개정안 발의
한화 “글로벌 방산 대형화 대응 ‘국가 대표’ 필요…지역 생태계 기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원들이 1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그룹의 인수 시도를 반대하는 집회 현장에서 유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원들이 1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그룹의 인수 시도를 반대하는 집회 현장에서 유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공정위의 졸속 간이 기업 결합 심사를 규탄한다! 방사청의 독과점 수직 계열화 묵인을 규탄한다! 수은의 18억 위장 컨설팅을 규탄한다! 한화의 KAI 인수 시도, 청와대가 답하라!"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 경남 사천에서 새벽부터 상경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 조합원 800여 명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KAI 노조는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3800여 전체 조합원이 3개 차수로 나눠 참여하는 대규모 상경 투쟁에 돌입했다.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와 경영 참여 공식화에 따른 독립 경영 훼손과 방산 독과점 우려를 알리고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정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남병서 KAI 노조 조직체계실장은 지난 2012년 회사 매각 문제를 막아냈던 노조의 투쟁 역사를 언급하며 한화의 지분 확대와 경영 참여 과정에서 노조가 제기해 온 쟁점들에 대해 국회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넘어 청와대의 직접적인 답변을 듣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단상에 오른 김승구 KAI 노조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방위사업청의 행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수출입은행을 찾아가 확인했을 당시 정부 차원에서 KAI 매각이나 지배 구조 개편을 검토하는 정황은 전혀 없다고 했다"며 “그런데 불과 몇 달 뒤 한화가 지분을 15.89%까지 확대하고 경영참여를 공식화한 시점에 왜 수출입은행이 18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들여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을 추진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특히 산업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수출입은행 내 KAI 담당 부서인 투자금융부가 기업별 분석과 앵커 기업 육성 방안·추진 로드맵·재원 조달 방안까지 검토하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사 결정 과정과 협의 주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공정위가 지난 8월 한화의 KAI 지분 15.89% 취득에 대해 실질적 지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반 심사가 아닌 간이 심사로 승인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향후 한화가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임원의 3분의 1 이상 겸임, 대표이사 겸임 등 지배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다시 심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한화 측 인사가 KAI 이사회에 단 한 명이라도 들어와 주요 경영 현안을 보고 사업 전략을 논의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시작한다면 한 번 넘어간 정보와 의사 결정은 되돌리기 어렵다"며 “문제가 터진 뒤에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이 공정위가 말하는 공정이라면 명칭에서 '공정'을 떼고 거래위원회라고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원들이 1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그룹의 인수 시도를 반대하는 집회 현장에서 유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원들이 1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화그룹의 인수 시도를 반대하는 집회 현장에서 유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방사청을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최근 이용철 방사청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화의 KAI 인수에 따른 수직 계열화가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쟁 없는 수의 계약이 확대되면 사업 관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방사청 스스로 독점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공정위 승인 과정에서는 별다른 의견조차 내지 않았다"며 “한화가 엔진·항공 전자·무장·우주에 이어 완제기 체계 종합 업체인 KAI까지 영향권에 두면 향후 가격·납기·품질 문제가 생겨도 대체할 경쟁 업체가 없어 방사청 스스로 통제 불능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KAI는 1999년 김대중 정부의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을 통해 출범해 25년 만에 국산 전투기 KF-21을 현실로 만든 국가 전략 기업"이라며 “대통령 후보 시절 KAI를 찾아와 우리를 중심으로 경남을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KAI의 독립성 수호 원칙을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수출입은행·방사청·한화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회 소속 근로자가 노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회 소속 근로자가 노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이날 집회에는 상급 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방산 동종업계 노조 관계자도 참석해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KT-1·T-50·수리온을 넘어 첨단 전투기 KF-21과 누리호 발사체에 이르기까지 KAI가 걸어온 길은 재벌의 자본이 아닌 노동자들의 기술과 헌신으로 만든 역사"라며 “경쟁 대기업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중소 협력 업체는 고사하고 방산 경쟁력도 무너질 것인 만큼 정부는 방산 독과점을 방지하고 사천 본사의 핵심 연구·개발(R&D) 기능 유지를 책임 있게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KAI 노조와 공동 성명을 발표했던 곽윤찬 LIG D&A 지회장 역시 “KAI가 앞으로도 항공 플랫폼 기업으로서 기술력·성능·가격을 기준으로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협력사를 선택할 수 있는지, 타 기업의 민감한 사업 정보와 기술이 보호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지배구 조 변화 논의에 앞서 플랫폼의 독립성과 공정 경쟁을 담보할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조의 장외 투쟁과 맞물려 국회에서도 대형 방산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안보 검증 잣대를 대폭 강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방산 기업의 경영상 지배권 변동 시 국방부 장관과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안보 우려 제기 시 승인을 불허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방위사업법 제35조 제4항은 방산업체의 경영 지배권 취득 승인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사청장과 '협의'만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안보 부처의 우려에도 산업·경제 논리만으로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방위산업의 국가 안보적 성격을 강조했던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산업부 장관이 방산 업체 지배권 취득을 승인할 때 방사청장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과도 사전 협의하도록 명시했다. 나아가 국방부 장관이나 방사청장이 국가 안보·군사 기밀 유지·국방 정책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하면 승인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해 실질적인 거부권과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김 의원은 “방위 산업은 기업의 사익 추구나 단순한 시장 논리에 맡겨둘 수 없는 국가 안보의 핵심 보루"라며 “공정위의 경쟁 제한 심사만으로는 방산 M&A가 안보와 군사 작전에 미칠 파급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만큼, 지배 구조 변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과 기술 유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3개 방산 계열사들의 제품군. 사진=박규빈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3개 방산 계열사들의 제품군. 사진=박규빈 기자

반면 한화그룹 측은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시장의 대형화 추세에 맞서 국가 대표급 기업을 육성하고 양사 간 전략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지분 투자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분율이 5%를 넘어선 시점에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며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주주·이해 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감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화 측은 최근 글로벌 분쟁 심화와 무인화·지능화되는 전장 환경 속에서 독일 라인메탈의 군함 건조 부문 인수, 유럽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3사의 우주 사업 통폐합, 영국 BAE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그루먼의 위성·발사체 기업 인수 등 해외 주요 방산 기업들이 '육·해·공·우주 통합' 대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개별 방산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름없어 한국 역시 우주항공·방산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기업)'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또한 지상 방산·항공 엔진·항공 전자·레이더·발사체 경쟁력을 가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완제기 개발·제작 및 위성 기술력을 보유한 KAI가 '원팀(One Team)' 전략을 구축하면 유·무인 복합체계(MUM-T) 등 첨단 기술 확보와 글로벌 수주 확대를 실현해 고정비 부담이 큰 항공기 사업의 수익성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 사회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창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사천(KAI)을 잇는 경남 지역 우주항공·방산 클러스터 구축과 소부장 국산화, 협력업체 동반 진출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지역 균형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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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산업부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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