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 금융부 기자.
이달 1일 알려진 신한은행의 해킹 사고를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 보안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개별 금융회사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나, 해커 공격으로 여러 금융회사의 개인정보가 잇따라 유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피해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제2금융권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연이은 해킹 사고로 금융회사 16곳에서 약 1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도 더 이상 해킹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고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옆문'의 보안 취약성을 보여준다. 은행들이 핵심 전산망 등 주요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 직원이나 외부 대출 모집인이 사용하는 영업지원시스템 등 주변 업무 시스템의 보안 관리에는 허점이 있었다. 대문은 굳게 잠갔지만 옆문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다. 높은 수준의 보안을 기대했던 은행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만큼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공격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해킹 공격에는 AI 침투 도구인 '아르텍스(ARTEX)'에 딥시크 등 여러 기업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연동하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스스로 취약점을 탐색하고 공격 경로를 판단하며 반복적인 침투 시도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격 속도는 빨라지고 범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작은 보안 취약점도 언제든 공격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은행 보안 시스템 전반에 대한 과도한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금융회사들은 외부에서 의심스러운 인터넷주소(IP)를 통한 접속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를 차단하면서 고객 정보를 보호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하고 보안 시스템을 재점검해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그동안 금융권이 쌓아온 보안 체계 전체를 이번 사고만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핵심 시스템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주변 시스템에서 빈틈이 있었다는 점까지 정당화해 주지 않는다. AI를 활용한 공격이 고도화될수록 작은 빈틈 하나가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여기에 앞으로 금융회사가 관리해야 할 금융 시스템은 더욱 다양해질 예정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금융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 금융 시스템과 외부 연결망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보안 관리의 사각지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걸맞은 보안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이번 사고를 일부 업무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금융회사들은 보안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것은 물론 외부 인력의 접근 권한 등 세밀한 부분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갈수록 고도화해지는 해킹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한 방어 능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보안은 가장 튼튼한 부분이 아닌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무너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