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유독 심각하다”…외신이 경고한 한미동맹 위기 [이슈+]

박성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16 12:40

블룸버그 “한미 관계 최저점”...동맹 균열 경고
대미 투자-통상 갈등, 대북 정보 공유에도 불협화음

강경화 “정보 협력에 문제”...백악관 소통도 제한
북핵 대응 공조 약화 우려, 양국 정부는 동맹 굳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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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대미 투자를 둘러싼 갈등부터 정보 공유 제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마찰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의 균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양국 간 갈등이 경제·통상 분야를 넘어 안보 협력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 역량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정보 공유 갈등으로 한미 관계 최저점 도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간 정보 협력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의 오랜 동맹 관계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미국과의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점에 주목했다. 강 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정보 협력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美 정보 공유 제한에 국정원 회의 배제까지

한미 간 정보 협력 갈등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정 장관이 언급한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미국이 정보자산을 동원해 파악한 북한 핵시설 소재지로 알려졌다. 미국은 민감한 정보의 공개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보 공유 제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엑스(X·옛 트위터)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를 보여주는 사례가 이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의체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로 국가정보원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 간에 오해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 문제까지 불거졌다.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미국 현지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자가 발급되지 않자 방문지를 미국에서 유럽으로 변경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양국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 알래스카 LNG·쿠팡 갈등…커지는 한미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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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발표하는 트럼트 행정부(사진=UPI/연합)

안보 분야에서 잇따라 불협화음이 나타나는 가운데 양국 간 경제·통상 갈등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이 대미 투자 협정 이행을 지연하고 있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반면 이 대통령은 “미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워킹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이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아직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문제까지 겹치면서 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가 다른 미국 동맹국들과 비교해 “범위와 심각성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며 “한미동맹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상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그림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의 외교 기조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짚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실용외교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실용적 국익 외교다.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 국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외교의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계속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 애널리스트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면 이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에 직면해 있어 강경하게 맞설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 “동맹 신뢰 무너질 수도"…대북 대응 역량 약화 우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한미 갈등이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사례보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단,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과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맹국들과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위축되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한국의 역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정보 공유 제한을 둘러싼 갈등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미국이 한국을 동맹국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군사동맹의 핵심을 건드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도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김 위원장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했다.


다만 당시에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서울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김정 교수는 이러한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현 정부가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이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동맹 관계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과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에 동맹국으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미동맹이 70년 넘게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문제에서 이러한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은 한국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회담이 양국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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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국제부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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