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변 98.7m·청계천변 141.9m…종묘 가까울수록 낮아지는 구조
서울시, 애드벌룬 4개 띄워 현장 검증… 기존 3D 시뮬레이션과 큰 차이 없어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 vs 서울시 “객관적 현장 검증부터”
▲15일 국회 문체위 현장 시찰 당시 세운4구역의 신축 예정 건물의 높이를 표시한 파란 애드벌룬(141m, 142m)과 빨간 애드벌룬(94m, 99m). 서울시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두고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입장차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실제 건축계획은 종묘와 가까운 건축물의 높이는 낮추고 종묘와 멀어질수록 높아지는 구조로 계획됐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세운4구역 재개발에 따른 종묘 경관 훼손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향후 건축물이 들어설 위치에 맞춰 높이 94m, 99m, 141m, 142m를 표시한 애드벌룬 4개가 설치됐다. 현장을 방문한 의원들은 애드벌룬이 종묘 경관을 가리지 않는다며 국가유산청이 제기해 온 경관 훼손 우려에 의문을 제기했다.
세운4구역에 들어설 건축물의 높이는 종묘와 가까운 종로변은 상대적으로 낮게, 남쪽인 청계천변은 높게 계획됐다.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상 높이 기준은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변경됐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건축계획상 높이는 각각 98.7m와 141.9m다.
일각에서는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두고 종묘 앞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고 우려하지만 실제 건축계획과는 차이가 있었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과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인 건축물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세운4구역 건축계획의 최고 높이인 141.9m는 이러한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종묘와 가까운 전면부 건축물 높이는 낮추고 후면부로 갈수록 높아지도록 단계적으로 높이를 계획해 일반적 의미의 초고층 빌딩과는 거리가 있었다.
▲세운4구역 종묘 앙각 확대적용에 따른 높이 시뮬레이션.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앞서 시는 지난해 11월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세운4구역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3차원 경관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시는 해당 건축물이 종묘 정전의 주요 시야각 범위 밖에 있어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컴퓨터로 구현한 모습과 실제 현장과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실증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현장실증은 실제 건축물 높이에 맞춰 애드벌룬을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시는 실증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존 3차원 시뮬레이션과 실제 높이를 표시한 애드벌룬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시뮬레이션과 애드벌룬의 높이가 유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실증 결과에도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사이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통해 종묘의 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는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현장 검증을 통해 실제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경관 훼손이 발생하는지부터 확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종묘의 역사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건축물 높이 제한과 범위를 설정하려면 실제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게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실측하고 그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논란을 해결하는 출발점"이라며 “종묘 경관에 대한 판단은 '초고층'이라는 표현보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운4구역 논란의 핵심은 들어설 건물이 종묘의 경관을 실제로 얼마나 훼손하느냐를 확인하는 데 있다. 논의가 진전되려면 개발에 따른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측은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제시하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측도 그 근거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